(1)청동제 거인「타로스」신화가 현실로|부엌일서 우주탐사까지…전쟁도 대신할날 멀지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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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들이 요란한 발자국 소리를 내면서 달려오고 있다. 로보트들은 이제 인간들이 차지했던 각 분야에서 능률을 앞세워 그들의 위치와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인간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단계에까지 와있다. 공상과학영화 속에서만 살던 로보트들이 스크린을 뛰쳐나와 공장에서 용접을 하고 기계를 조립하며 후배 로보트들을 양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로보트사회의 현실은 어떠하며 앞으로의 로보트사회는 어떻게 형성될것인지에 초점을 맞춰보는 시리즈를 마련해본다. <편집자주>
지난8일자 외신은 로보트에 의해 사람이 살해됐다는 꽤 쇼킹한 뉴스를 전하고 있다.
내용은 지난7월 일본효오고껜(병고현)아까이시(명석)에 있는 가와사끼(천기)중공업공장에서 고장난 자동차부품조립 로보트를 수리하던 기술자「우라다·겐지」씨(37)가 잘못해서 로보트의 작동스위치를 넣는 순간 로보트가「우라다」씨를 무쇠팔로 밀어붙여 목숨을 잃게했다는것. 현장에는 여러명의 동료가 있었으나 로보트를 조종할줄 몰라「우라다」씨의 참사를 보고만있을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 사건은 그것이 비록 단순한 안전사고라 하더라도 이미 우리가 로보트시대에 살고있다는것과 거기서 문제들이 생길수 있다는 점을 실감케 해준 것이었다.
인간의 본성은 원래 좀더 편한것을 추구하는 특성이 있으며 한편으로는 새로운것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이라는 두가지 성질을 갖고있다.
이 두가지 정신이 합쳐져 인간은 인간을 대신할수 있는「그 무엇」을 끊임없이 추구해왔다.
원시농경시대에는 소나 말등 가축의 힘이 이용됐고, 그뒤에는 풍차·물레방아등 가연의 힘을 사용할줄 알게됐다.
그러다가 18세기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두뇌와·섬세한 작업은 인간이, 힘은 동력기관이 맡는 힘과 지능의 분업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인간의 호기심은 이에 만족하지않고 지능과 힘을 갖춘 인간의 대역을 모색해 왔으며, 결국은 로보트라는 기계인간이 그 해답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기계인간에 대한 개념은 3천년정도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8세기에 나온 그리스의 대숙사시『일리아드』에는 황금으로 만든소녀가 신의 조수로 등장한다. 기원전 3세기에 「아플로니오스」가 그리스의 신화를 모아서 펴낸『알고탐험선』에도 타로스라는 청동제거인이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가상의 세계에서만 살던 로보트가 오늘날 급격한 반도체의발달에 힘입어 현실로 우리들 곁에 서게되었다.
현재 산업분야에서 사용되는 로보트들은 엄격하게 말한다면 기계 팔, 기계 손에 지나지 않고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각을 갖는 로보트, 촉각을 갖는 로보트들이 개발되어 미세한 전자회로를 만들고, 정밀기계를 조립하며 불량품을 가려낼수있는 단계에까지 접어들었다.
한편에서는 음성을 알아듣고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소위 하인로보트들이 연구실에서 실험되고 있으며, 집적회로의 초소형화·고기능화에 힘입어 고도의 지능을 갖는 로보트들도 계획되고 있다.
고도의 지능을 갖는 로보트의 출현은 인류의 생활패턴에 근본적인 변혁을 가져다줄것으로 예상되고있다.
웬만한 가사는 모두 로보트에 맡김으로써 주부들은 더많은 여가를 갖게되고, 생산라인에서 물러난 노동자들은 새로운 생활방법을 찾아야 하며, 아이들은 로보트를 친구삼아 노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결국은 운전도 로보트에 맡기고 간단한 진단이나 처방도 로보트들이 대신하게 되며, 어쩌면 전쟁도 로보트군인끼리 치르는 사태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보고있다.
로보트는 지상에서 뿐만 아니라 우주에까지 진출, 그들의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우주공간에 태양열 발전소와 우주식민지의 건설, 달이나다른 별에서 광물을 캐어 지구로 운반하는데는 로보트들이 결정적인역할을 할것으로 기대되고있다.
또 수십년이상이 걸릴 우주여행에서도 로보트들은 훌륭하게 우주인의 역할을 해낼것으로보고있다.
그러나 로보트시대가 온통 장미빛으로 채색되어있는 것은 아니다. 생산성을 내세워로보트들이 생산라인에 참가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된다. 로보트왕국인 일본에서는 벌써부터 이러한 우려가나오고 있다.
증기기관의 발명이 대량실업을 가져올것이라는 우려가 기우로 끝난점을 들어 로보트시대의 밝은 앞날을 예언하는 학자들도 많지만 로보트사회로의 변환과정에서 파생되는 문제들도 적지않을것으로 보는사람들도 많다. <최정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