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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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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외국에 장기체류하러출국하는 사람가운데는 고추장을 병에 담아 꼭꼭 봉하고 소중히 간직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어떤 때는 이 고추장이 비행기안에서부풀어올라 그야말로 고추장처럼 얼굴이 붉어지는 경우도 본다. 그러나 어떡하겠는가. 한국엔 아직도 「고추장 없으면 밥못먹는」사람이 많은 것을.
78년의 고추파동은 기억에도 새롭다. 김장철을 앞두고 고추의 절대물량이모자라 멕시코, 태국, 파키스탄, 인도, 홍콩 등지에서 닥치는대로 수입했다. 이때 우리가 수입한 고추는 약4만5천T. 세계의 고추유동량을 몽땅들여왔다는 후문이다. 이쯤되면 고추나 고추장 없으면 못사는 민족이라고나 할까.
고추는 열대지방이 원산지. 대충 멕시코, 서인도제도, 남미등지에서부터 북미대륙과 유럽, 아시아로 퍼진 것같다. 특히 유럽쪽에 퍼진 고추는 불어로 피망(piment), 스페인어로 피미엔트(pimient)로 불리며 껍질이두껍고 매운맛이 덜한 대신 단맛이 도는게 특징이다.
사람들이 고추를 향신료로 사용하기는 아무래도 「콜룸부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뒤의 일인것같다. 그전까지는 후추가 매운 양념의 대명사 역할을 했다. 그래서 고추도 본래의 이름 캡시컴(capsicum)보다는 레드페퍼(red pepper)로 부르는게 보통이다. 우리나라도 삼국시대부터 간장, 된장을 만들어 먹은 것은 확실하나 고추장만은 임진왜란 이후부터다. 고추가 그때서야 우리나라에 들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조후기의 순창고추장은 진상품으로도 이름이 높았다. 고추로 고추장을 담가먹는 풍습은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 서양요리에서도 고추는 붉은빛을 돌게할 때 쓰이지 향신료로선 후추를 주로 쓴다.
고추장은 메주와 고춧가루, 소금을 적절히 섞어 만드나 메주외에도 다른 곡물을 섞는다. 그래서 찹쌀고추장, 보리고추장, 수수고추장, 팥고추장이 있고 요즘엔 밀가루반죽으로 담그는 개량고추장까지 나왔다. 고기를 곱게 다져 고추장과 범벅시킨것은 약고추장이라고 부른다.
약간의 고추장을 상식하는 것은 식욕과 소화에 좋으나 너무 많이 먹으면 위와 장을 자극해 몸에 해롭다는 의견도 있다. 고추의 영양가에대해서도 이론이 많다. 어떤이는 『식품으로서 별가치가 없다』고 한다.
고추의 영양가가 제대로 평가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우선 알칼리성 식품에다 열량이 많다. 1백g의고추는 약 2백95칼로리의열량을 낸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분도 많고 특히 고추에 다량 함유된 비타민A는 병균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고 야맹증을 예방한다.
최근 미국 FDA가 한 재미교포의 개량고추장을 안전식품으로 승인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메주대신 야채범벅을 사용한 것 같은데 그맛이 어떨지 궁금하다. 우리의 전통식품이 국제적인 재조명을 받을 날도 가까운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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