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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감동이 버무려진 영화 ① 사랑과 기적을 낚는 기상천외 프로젝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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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참 소심하다. 아내 앞에선 늘 쩔쩔매고, 직장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낸다. 알고 보면 스펙 빵빵한 세계적인 어류학자인 알프레드 존스 박사(이완 맥그리거)는 낚시 외에는 딱히 삶의 낙이랄 게 없다. 어느 날 그에게 낯선 이의 메일 한 통이 날아온다. 투자 자문가 해리엇 쳇우드 탈보트(에밀리 블런트)가 보내온 메일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자신의 고객인 예멘 왕자 무하마드(아미르 웨이키드)가 사막의 나라 예멘에서 연어 낚시를 하고 싶어하니, 어류학자의 자문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차가운 물에서 사는 연어를 더운 나라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얘기다. 그냥 무시해버리려는데 이게 웬일, 상사가 당장 그 프로젝트에 합류하라고 지시한다.

존스 박사가 일하는 곳은 영국 정부 산하 해양수산부. 급작스레 나빠진 아랍권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연어 낚시’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총리실이 나선 마당이다. 존스 박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 일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 얼토당토않은 프로젝트가 조금씩 재미있어지기 시작한다.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실은 단순한 얘기다. 소심하고 찌질한 남자 알프레드 존스의 성장담이자, 티격태격하던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멜로 드라마가 꽤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초반부 눈길을 끄는 건 그가 추진력 강한 해리엇과 부딪치는 장면들이다. ‘술은 주말에만 마신다’ 같은 규칙에 갇혀 사는 이 답답한 남자에게 해리엇의 말이 쉽게 통할 리 없지만, 고객의 꿈을 이뤄 주고픈 이 여자의 고집도 만만치 않다. 박사가 “사막에 댐을 만들고 싶으면, 중국 산샤 댐 관계자들을 데려와 보라”며 어깃장을 놓기가 무섭게 댐 기술자를 섭외하는 능력까지 완벽하다. 결국 박사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만다. 각각 박사와 해리엇을 연기하는 두 배우, 이완 맥그리거와 에밀리 블런트는 청량하고 유쾌하게 부딪히며 코미디를 만들어 낸다.

이런 흐름이 멜로 드라마로 바뀌는 결정적 계기는 해리엇의 남자친구 로버트(톰 마이슨)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 임무 수행 중 실종되면서부터다. 큰 상실감에 빠진 해리엇을 위로하기 위해 온 노력을 기울이면서 알프레드 존스 박사는 찌질함을 벗고 인간적 매력을 꺼내 보이기 시작한다. 그 매력은 해리엇만 아니라 관객의 마음에도 스며든다.

두 남녀의 관계만큼이나, 프로젝트도 조금씩 진전을 보이기 시작한다. “저는 사실과 수치를 신뢰하는 편이라서요”라며 이 황당한 일에 코웃음을 날렸던 존스 박사는 실제로 사막에 연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그리고 급기야 이렇게 말한다. “끔찍하게 바보 같은 짓인데도 자꾸 상상이 돼요. 이 미친 프로젝트가 실현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행운이 따라주고, 정의로운 사람들만 있다면요.” 이제 이 소심남은 절대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답답한 삶과 구질구질한 모습을 박차고 나오려 한다. 그 모습이 강을 힘차게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반짝인다.

이 영화는 영국 작가 폴 토데이의 소설 『예멘에서 연어낚시』를 원작으로 삼았다.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 대니 보일 감독)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은 사이먼 뷰포이가 시나리오를 쓰고, ‘개같은 내 인생’(1985) ‘길버트 그레이프’(1993) ‘사이더 하우스’(1999) ‘초콜릿’(2000) ‘하치 이야기’(2009) 등 여러 화제작을 만들었던 라세 할스트롬 감독이 연출을 맡아 제작 당시부터 화제가 됐다.

*이런 관객에게 추천!  인생에 재미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당신. 그리고 ‘나라는 인간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아’라며 우울해 하고 있는 바로 당신도.


감동 30%
사막에서 연어를 낚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예멘 왕자의 황당한 요구는 사실 럭셔리한 취미만은 아니다. 사막에 댐을 만들어 환경을 개선하고 농업 생산량을 높이려는 꿈 때문이다. 그 꿈에 동원되어 사사건건 부딪치던 존스 박사와 해리엇이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댄 결과는 놀랍다.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댐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다음 장면을 기대하시라. 이 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눈으로 보게 될 테니까.

웃음 30%
총리실 공보 담당 비서 패트리샤 맥스웰(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은 ‘연어 낚시’ 프로젝트를 지원하자며 총리를 떠민 장본인이다. 아랍권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중동과 관련된 좋은 뉴스거리를 당장 찾아오라고 소리치는 이 여성의 엄청난 카리스마에는 거구의 남자들도 꼼짝 못한다. 그러다가도 집에선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주부라는 점이 함정. 그녀는 등장할 때마다 웃음을 안겨준다.

멜로 40%
알프레드 존스 박사는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일중독자 아내에게 상처를 받은 지 오래다. 그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해리엇에게 조금씩 사랑을 느끼게 되고, 용기 내어 그녀에게 고백한다. 뻔한 이벤트가 아닌 그 장면이 퍽 달콤하다. 낚시 미끼를 잘 만드는 그가 새 미끼를 만든 다음 ‘쳇우드 탈보트 뷰티’라는 이름을 붙여 선물한 것. 그 순간 해리엇의 눈빛도 사랑으로 빛나는 건 물론이다.

글=임주리 매거진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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