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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시대 저수지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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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경북 안동시 국도 확장공사 구간에서 발견된 청동기시대 인공 저수지.

2600여 년 전 청동기(전기)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최고의 논농사용 저수지가 경북 안동에서 확인됐다. 지금까지는 관개용 저수지에 대한 축조기록은 서기 3~4세기 전북 김제의 벽골제와 충북 제천 의림지에 관한 것이 있을 뿐이다.

경북 영주 동양대박물관(관장 이한상)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의뢰를 받아 지난 3월부터 국도 5호선 확장공사 구간인 안동시 서후면 저전리 일대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 이 같은 저수지를 확인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이 저수지는 자연수로나 작은 개울을 막고 부분적으로 넓히는 수법으로 만든 것으로 계곡지대에 긴 네모꼴로 자리 잡고 있다. 전체 길이(남북)는 50m, 최대 너비(동서) 15m, 최대 깊이(현재 지표기준)는 2m가량의 규모로 바닥을 약 45~50도 기울게 파냈다. 바닥은 약간 굴곡이 있으나 편평한 편이며 바닥면에서 이보다 앞서 만들어진 자연수로의 흔적도 확인됐다. 저수지와 출수구 사이에는 나무로 만든 보(洑)가 존재한 흔적이 남아있으나 범람으로 인해 다듬은 말뚝들은 수로 아래쪽으로 쓸려내린 채 발굴됐다.

유물은 주로 바닥에서 확인되는데 수백 조각의 민무늬 토기와 수십여 점의 석기조각이 출토됐다. 특히 이 가운데 주둥이 주위에 공열문(孔列紋.구멍을 늘어놓은 무늬)이 있는 토기들이 여러 점 확인됨으로써 이 저수지의 축조연대가 청동기시대 전기(기원전 8~7세기)임이 입증됐다.

조사 결과 이 저수지는 홍수 등으로 인해 일시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물관 측은 인공수로 주변에서 발견된 토기 15점은 수로를 새로 만들면서 제사를 지낼 때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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