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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한약재·향료로 인기 높은 유자·치자·비자“삼자의 섬”남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오랜 옛날부터 그 향기와 색깔로 시인묵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삼자 유자(유자), 치자(치자), 비자(비자)의 섬 남해.
소문을 듣고 육지와 바다를 잇는 남해대교를 건너 군청이 있는 남해읍까지 약1시간 가까이 차를 달렸는데도 노란 열매가 달린다는 유자나무 숲은커녕 길가의 가게에서 조차 귤·감·사과·배는 가득 쌓였는데 유자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치자나 비자도 마찬가지였다.

<귤보다 10배나 비싸>
『남해에는 온통 유자·치자·비자가 굴러다니는 줄 알았는데 도대체 어디서 자라는 겁니까.』하가 남해읍을 약간 벗어난 곳에 있는 원예시험장에 닿자 마자 소장 고상열씨(고)를 붙
잡고 물었다.
『허허…남해삼자라고 아무데나 자라는 게 아닙니다. 유자날데 유자나고, 치자·비자도 자라는 곳이 다 따로 있지요.』
둘레가 6백리나 되는 섬을 지도에 있는 작은 얼룩쯤으로 생각했던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예부터 말이 있지요. 탱자는 고와도 발질에 채이고 유자는 없어도 큰상에 놓인다고….유자는 남해에서 따지만 맛을 즐기는 것은 서울 큰집들에서나 할 수 있답니다. 값이 밀감(귤)의 10배나 되지 않습니까?』 생산만 되면 서울등 대도시로 직송되기 때문에 섬안에 한가롭게 굴러다니는 유자는 한알도 없다는 설명이다.
치자나 비자도 단순한 과일로 보다는 한약재·향료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대중성은 없어도 비싼 값으로 팔려 지난한 해 남해삼자가 벌어들인 돈이 2억5천여만원이나 된다.

<내염성 강한 특산물>
남해삼자가 언제부터 이 섬에서 자랐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유자만 하더라도 신나 문성왕2년(서기 8백40년)장보고 장군이 당에 다녀오다 풍랑을 만나 남해에 올랐는데 도포자락 속에있는 유자가 깨져 이를 버린 것이 씨앗이 되어 전파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것으로 미루어 재배시기가 꽤 오랜 것 같다.
치자나 비자 또한 동국여지방전도에서 남해의 토산품으로 꼽고 있어 일찍부터 자생해온 것만은 틀림없다.
남해군지도 『삼자는 기후가 따뜻한 해안지대를 좋아하는 상록활엽관목으로 내한성(내한성)은 약하나 내염성(내염성)이 강하고 북부 내륙지방에서는 볼수 없는 남해의 특산물로 군내 어디서나 자생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유자차 감기에 탁효>
그러나 이 같은 뭉뚱그린 분포상황과는 달리 남해안에서도 각기 재배적지가 있어 섬안이라 하더라도 다른 곳으로 옮겨 심으면 잘 자라지 않는다.
양자강유자를 북쪽 오랑캐 땅에 심으면 탱자가 되고 만다는 중국고사도 이런데서 유래한 듯 싶다.
유자는 설천면문항리·문의리 일대 동북쪽 바닷가와 섬 건너 섬인 창선면지족리 신흥부락에 군생(군생)하고 치자는 남면임포리 운암부락, 비자는 삼동면 난음리에서만 무성하게 자라고있다,
16년전 신흥부락에서 처음으로 유자재배단지를 만든 임종국씨(58)는 동네 집집에 한두 그루씩 있던 유자나무에서 10여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것을 보고 뒷산에 2백 그루를 심어 3년전부터 수확하기 시작, 한해 4백∼5백만원씩 벌었다.
이를 뒤따라 인근마을까지 유자재배를 확대, 남해전체에서 3만7천 그루로 늘어나 지난해에는 1억l천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설천면문의리114 윤주지씨(31)는 조상이 심어놓은 유자나무 덕에 지난해 접당3만원씩 1백20만원을 벌었으며 이 가운데 60년생 한그루에서만 25접(2천5백개)을 땄다. 이 마을 82가구중 30가구가 20년 이상된 성목(성목)2백 그루를 갖고있어 연간2천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유자는 건위·거담제로 쓰이고 겨울철의 유자차는 감기·기침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김장맛을 내는데 들어가기도 한다. 향기가 좋아 실내 관상수로도 인기가 있으며15년생은 40만∼50만원을 홋가한다.
열매가 익어도 입이 벌어지지 않는 데서 무구과로 불리기도 하는 치자열매 역시 이뇨제·눈병·황달·해열제등의 한약재로 쓰이고 향료로 이용되며 비자는 구충제, 이 나무로 만든 바둑판은 최고급으로 친다.
치자주산지인 남면임포리 운암부락은 79년 58가구의 전체농가에서 1만7천kg을 생산, 2천3백80만원의 농외 소득을 올려 가구당 평균 4백17만원을 벌었다.

<86년엔 5억소득목표>
이는 당시 이 마을의 추곡수매 목표량 5백70가마. 판매대금 1천15만여원의 2배가 넘는것으로 농지는 물론, 비료·인력등 생산비를 거의 들이지 않고서도 엄청난 소득이 생긴 것이다.
군내의 치자나무는 모두 4만4천여 그루. 연간 1백t을 따내 1억4천만원의 소득이 이렇다 할 집단 재배장도 없이 길가와 논두렁·공한지·유휴지에 버려지듯 심어놓은 치자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남해군은 앞으로 치자가 공해없는 천연식용 염료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 외화획득에도 큰 몫을 할 것으로 보고 내년에는 1백만 그루를 심어 86년부터 인간 5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릴 계획이며 자생단계를 겨우 벗어난 유자·비자도 집단재배로 유도, 남해를 남국의 정취가 가득한 삼자도로 꾸미기로 했다.

<남해=홍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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