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탈 '주미 조선공사관' 95년만에 한국 품으로

중앙일보

입력

1910년 일제가 단돈 5달러에 강탈한 미국 워싱턴의 옛 주미 조선공사관 건물이 95년 만에 한국인의 품으로 돌아온다고 동아일보가 3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워싱턴 우리 공사관 찾기 운동본부'의 유상열(76.한국기독교총연합회 평신도위원장 겸 천지무역 대표) 본부장은 30일 한국 소유 해외 공관 1호인 이 건물을 개인 돈으로 매입해 국가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이르면 광복절 이전에, 늦어도 을사늑약 100주년인 11월까지 건물을 매입해 정부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이 건물의 매입을 미국인 주인에게서 승낙 받아 놓은 상태"라며 "현지 매매가는 100만 달러(약 10억원) 가까이 되지만 건물주가 돈을 더 요구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반드시 건물을 매입하겠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 등은 6월 초 미국을 방문해 매매 계약 또는 동의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운동본부는 최근 주미 한국대사관, 문화관광부, 문화재청 등에 이 같은 계획을 알리고 이 건물을 매입하면 한미 교류 또는 근대사 관련 박물관으로 활용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건물의 구조 등을 조사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건의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백악관 인근인 로건 서클 지역에 있는 옛 공사관은 적갈색 외벽의 3층 건물로 현재는 개인주택으로 사용되고 있다. 1891년 11월 고종의 지시로 2만5000달러에 구입해 대사관 및 영사관 기능을 합친 주미 공관으로 사용했다. 당시 공식 이름은 '대조선주차미국화성돈공사관(大朝鮮駐箚美國華盛頓公使館)'.

그러나 일제는 1910년 6월 29일 단돈 5달러에 이 건물의 소유권을 강탈했고 경술국치 이틀 뒤인 1910년 8월 31일에 10달러를 받고 미국인에게 팔아버렸다.

이 같은 사실은 1983년 김원모(한미교섭사) 단국대 명예교수가 관련 자료를 찾아냄으로써 처음 알려졌으며 이후 김 교수가 정부에 건물 매입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디지털뉴스센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