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더 내고 5년 늦게 받아 … 대안으로 뜨는 유럽 모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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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이 탄력을 받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개혁안의 방향까지 제시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언급한 건 지난 2월 대국민 담화 이후 8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이 유럽 시사전문지 ‘유로폴리틱스’와 한 서면인터뷰에서 언급한 1998년 독일식과 2005년 오스트리아식 개혁은 한마디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당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구조를 만들었다. 독일은 98년 공무원연금 체계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쳤다. 최대 연금액을 받기 위한 가입 기간을 35년에서 40년으로 늘렸고, 조기연금 신청 연령을 62세에서 63세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핵심적인 부분은 공무원 보수 삭감(2%)과 연금지급률 인하(1.875%→1.79375%)를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공무원연금 재정안정화기금’을 설치했다는 점이다. 이 기금은 2018년부터 15년간에 걸쳐 공무원연금 지급에 사용될 예정이다.

 오스트리아도 2005년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는 공무원연금 지출에 대비해 ‘연금안정화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연금 수급자들이 연금의 일정 비율을 갹출토록 한 것이다. 형평성을 고려해 연금 개혁 이전에 상대적으로 높은 연금액을 받고 있던 수급자들에게 더 많이 내도록 했다. 또 연금수령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올렸고, 최대 연금액을 받기 위한 가입 기간도 40년에서 50년으로 늘렸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의 최종안에는 공무원들의 기여금(부담금) 납부 기간을 현행보다 늘리고 연령 기준도 상향 조정해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전환하는 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제는 개혁안의 내용보다 공무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밀어붙일 의지가 있느냐다. 박 대통령은 유로폴리틱스와의 인터뷰에서 “연금 재정의 건전성 확보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제고를 목표로 공무원연금 제도의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못박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밖에 알려진 것보다 강하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한 참모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며 “역대 어느 정권도 이루지 못할 만큼 반대가 심하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공무원연금 등 3개 공적연금에 대해 내년에 재정 재계산을 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담화문에 공무원연금 개혁이 포함된 건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6년 1월 2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기초연금의 도입 등 국민연금 개혁을 주장한 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도 국민 혈세를 부담하며 언제까지나 개혁을 미룰 순 없다”고 강조했다.

  신용호·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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