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민 기자의 살림의 신] 디톡스 열풍 … 몸에 독소 쌓인 사람 그렇게 많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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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톡스(detox)’가 장안의 화제다. 디톡스는 ‘유독한(toxic) 것을 제거(de)한다’는 뜻이다. 현대인이 생활에서 맞닥뜨리는 스트레스, 주변을 둘러싼 공해, 유해 화합물 등이 요즘 사람들이 없애고 싶어하는 ‘내 몸에 쌓인 독(毒)’이다. 미국의 유명 배우, 할리우드 스타들이 디톡스를 한다면서 마신 주스나 영양제 같은 것이 물을 건너 왔다.

서울 강남 지역에는 디톡스를 간판으로 한 피부 관리실, 다이어트 관리실 등이 성업 중이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마신다는 디톡스 주스를 끼니 대신 배달해 마시는 트렌드세터 여성들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점심시간마다 직장으로 주스를 시켜 마시는 프로그램은 월 30만~50만원 정도다. 30만원짜리라면, 월 20회(주 5일X4주)로 쳐서 한끼 1만5000원이 든다. 양배추 삶은 물에 토마토·당근 등과 새싹 채소 등을 갈아 넣은 것이 고작이지만 유행 선도자를 자처하는 여성들은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연다.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트렌드세터’ ‘명품 애호가’라 여기는 한 친구도 얼마 전 디톡스 열풍에 동참했다. 한 달 50만원짜리 디톡스 주스 배달을 주문했다는 그의 고백은 이랬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요가나 필라테스에 빠져 있는 걸 보면 시쳇말로 ‘있어 보인다’. 요즘 유행하는 디톡스는 그것보다 더 우아한 삶을 사는 듯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밖이 아니라 안에 집중한다는 게 약간 철학적으로 보여서 명품 가방 들고 다니며 뽐내는 거랑 확실히 다른 느낌”이란다. 명품 가방은 직관적으로 물욕(物慾)을 자극한다. 가방의 물질적인 측면은 화려하고 과시적이어서 다소 얄팍한 느낌이 드는 반면, 디톡스는 ‘더 나은 삶, 내 안의 뷰티’를 표방하기에 물질보다 정신을 우선시하는 여성미를 풍긴다는 것이다.

디톡스 열풍을 보는 의학 전문가들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최근 만난 한 의사는 “간·콩팥 등 장기의 본 기능이 해독이다. 기능이 잘못되면 이 부위를 의학적으로 치료하면 된다. 주로 불치·난치 환자들이 기존 의학적 치료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해 기댔던 게 대체의학이고 디톡스는 대체의학의 한 방법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게 유행이라니 시류(時流)라는 건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했다.

모든 걸 다 가진 듯한 톱스타가 힘든 시절을 토로하며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힐링 토크쇼’가 한때 인기몰이를 했다. 말로 쏟아내는 걸론 모자랐는지, 이제는 뭔가 먹고 마시며 몸에 쌓인 울화, 독을 빼내는 디톡스가 대세다. 이유나 방법이 무엇이든 ‘내 몸에 독이 쌓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언제 이렇게 많아졌나 싶다.

강승민 기자 quoique@joongang.co.kr

다음주 수요일(15일) 오후 6시 40분 JTBC 프리미엄 리빙쇼 ‘살림의신 시즌3’ 2회가 방송된다. 지난 8일 세 번째 시즌 첫 방송을 시작한 ‘살림의 신’ MC는 방송인 박지윤이 맡았다. ‘허당 주부’ 개그우먼 김효진, ‘여자보다 더 살림 잘하는 남자’ 가수 성대현, ‘똑똑한 살림꾼’ 방송인 설수현, 생활 속 최신 트렌드와 명품 살림법을 전하는 중앙일보 강승민 기자도 함께 한다. 15일 방송은 ‘클린의 신(神)’ 편이다. ‘디톡스 살림법’을 주제로 살림 고수 3인이 출연해 100만원 상당의 상품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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