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욱 살해, 박 前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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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실종되기 2년전에 김 전 부장을 용서할 수 없다는 내용의 '대통령 특별지시사항'을 당시 중앙정보부에 하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오마이뉴스가 보도했다.

이같은 내용의 '특별지시사항' 문서는 그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돼 왔던 박 전 대통령의 '김 전 중정부장 살해 지시설'의 신빙성을 한층 높여줄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위원장 오충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7년 6월 17일자로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보낸 '대통령 특별지시사항' 문서를 확보했다.

이 특별지시사항은 김형욱 전 부장의 미국 망명 이후 행각에 대해 엄중한 조처를 명령한 내용이다. 이 문서는 현재 국정원 진실위가 보관중이다. 박 전 대통령이 중정에 내린 특별지시사항은 다음과 같다.

"본 건(김형욱의 미국 망명 이후 행동)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므로 정부는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임을 명심할 것이며, 본 건에 관한 한 용서란 있을 수 없음."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당시 이 지시사항을 접한 정보요원들은 이 뜻을 명확히 알고 '누가 나한테 지시하지 않나, 명령만 내려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형욱 전 부장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일련의 작업과정을 볼 때, 10월 7일 프랑스에서 이뤄진 김형욱 살해사건에는 김재규 전 중정 부장의 손을 넘어 그 윗선에서 기획됐을 가능성도 크다고 오마이뉴스는 전했다.

한 역사학자는 이와 관련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직접 지시해서 살해하라는 명령과 달리 특별지시사항으로 살해를 암시하는 것도 명령"이라며 "박정희의 특별지시사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도 2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재규 부장과 김형욱 전 부장은 둘 다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입장이었다"며 "김재규 부장이 자기와 정치적 견해가 같은 김형욱을 살해하라는 야만적이고 불법적인 명령을 내릴 리 만무하다"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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