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왜곡은 좌파 몰락 탓"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일본이 역사 왜곡을 거듭하는 것은 일본 사회 내 좌파의 몰락 때문이며, 극우파는 역사를 모르는 젊은이들을 호도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매거진이 28일 진단한 동북아 역사 논쟁의 배경이다. 매거진은 '사과 국가(Sorry State)'라는 기획기사에서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거듭 사과했음에도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의 역사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진정한 사과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매거진은 "1980년대까지 일본에서 극우적 발언이 성행하지 않았던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점령군인 맥아더 사령부가 일본의 교육을 바꾸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맥아더 사령부는 일본의 호전성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그 근원인 일왕숭배와 선민사상 등 극우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교육을 했다. 일본의 전쟁 책임과 비인도적인 전쟁 범죄에 대해서도 가르쳤다.

이 과정에서 전쟁과 일왕제를 비판하는 좌파 지식인들이 상당한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했다. 특히 좌파의 영향력이 교원노조에 크게 작용한 점은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좌파적 사고, 즉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마음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일본의 극우파들은 48년 중국 대륙의 공산화와 이어진 한국전쟁으로 미국이 반공 제일주의로 선회함에 따라 복권됐지만 과거사 반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91년 1차 걸프전쟁으로 우파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일본은 막대한 전쟁비용을 내놓으면서도 아무런 발언권이 없었다. 이 사건은 일본 내 극우파는 물론 많은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평화헌법 개정과 재무장 요구가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확산한 대표적 예가 고바야시 요시노리(小林吉規)의 만화 '전쟁론'이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