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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한 박자 빠른 감각 디지털 시장 이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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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 국내 PMP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디지털큐브의 공동 창업자 손국일 사장(왼쪽)과 유연식 이사가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김춘식 기자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생산업체인 디지털큐브는 MP3 플레이어 국내 1위 업체인 레인콤과 여러모로 닮았다. 이 두 회사의 창업자들은 모두 삼성 출신이고 생산 제품도 유사하다. 손에 들고 다니며 영화와 음악을 즐기는 PMP는 MP3에서 한발 더 진화한 제품이다. 창업자들의 친정인 삼성보다 한발 앞서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주도하는 것도 흡사하다. 디지털큐브의 PMP 국내시장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삼성전자.LG전자가 지난해부터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으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디지털큐브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95억원의 매출을 올린 디지털큐브는 최근 선보인 내비게이션 겸용 제품의 예약이 1만대를 넘어서는 등 올해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손국일(43)사장, 유연식(37)개발이사, 창업 1년 후 합류한 윤용현(43)생산이사는 삼성전기 자동차 부품 연구소에서 함께 일했다. 일본 도쿄공업대 기계공학 박사인 손 사장은 대우차에서, 서울대 물리학 박사인 유 이사는 미국 페르미 가속 연구소에서 일하다 삼성전기에 스카우트됐다. 이들은 삼성이 자동차 사업을 접으면서 회사를 나와 1999년 막 시장이 생기던 MP3 플레이어 생산업체를 차렸다. 처음엔 재미를 봤으나 경쟁업체에 비해 뚜렷한 기술적 장점을 갖지 못한 데다 가격 경쟁력에서는 중국 업체에 밀려 상황이 점점 어려워졌다.

돌파구를 뚫은 것은 유 이사의 아이디어였다. 하드디스크(HDD) 타입의 MP3 개발에 골몰하던 유 이사는 하드디스크라는 대형 저장공간을 활용해 음악뿐 아니라 영화나 동영상 등을 즐길 수 있는 휴대용 동영상기기를 생각해 낸 것이다.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해 10월 선보인 PMP 제품 '아이스테이션 100'은 대성공을 했다. 특정 코덱(영상을 저장하기 위해 쓰이는 파일 압축 기술)만 재생 가능한 다른 제품과는 달리 대부분의 코덱을 재생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름도 생소한 PMP 시장이 과연 얼마나 커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PMP는 사용법이 쉽지 않은 데다 콘텐트도 아직은 부족하다. 디지털큐브는 통신의 획기적인 변화 속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이 본격화되고, 휴대용 인터넷 사업이 시작되면 PMP가 새로운 휴대용 기기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손 사장은 "앞으로는 PC에서 콘텐트를 다운로드받는 것이 아니라, PMP로 방송국 홈페이지에 바로 접속해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규브는 9월 위성 DMB 겸용 제품을 세계 최초로 출시하는 등 한발 앞선 제품을 계속 내놓을 계획이다.

윤창희 기자 <theplay@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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