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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다와 동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어머니없이 자란 대학생 「톰」은 사감의 아내 「로라」를 연모하면서 급우들로부터는 시스터보이(여자같은 남자)라고 조롱당한다. 「톰」은 시스터보이란 별명을 벗어보러고 객기를 부리지만 그때마다 도리어 바보가 되고만다. 절망에 빠진 「톰」을 측은히 여긴 「로라」는 숲속에 숨어있는 「톰」을 찾아나섰다가 두사람은 뜨거운 포옹을 한다.
남편으로부터 때때로 학생들에게는 「다와 동정」을 주는것이 바람직하다고 들어온 「로라」. 그녀는 숲속에서 「톰」을 발견하는 순간 그에대한 동정이 애정으로 바뀌고 있음을 느끼고 당황한다-. 「데버러·커」와 「존·커」가 주연한 영화 『다와동정』의 줄거리다. 영화속에서 「로라」는 「톰」에게 마음의 안정을 심어준 뒤 남편과함께 멀리 전근을 한다. 「톰」은 훗날 성인이 된뒤에도 그당시를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간직한다.
우리사회에도 사제간의 미묘한 감정에서 빚어지는 사건들이 없을수 없지만 「로라」와 「톰」처럼 넘어서는 안될 한계를 지키지 못하는데서 문제가 빚어진다.
지난10월말 의정부시 K여상 영어교사 문모씨(36)가 제자최모양(19)과의 관계때문에 간통죄로 구속됐다.
문교사는 성적이 우수하고 성격이 명랑한 최양을 귀여워한 나머지 성적통계를 낼때마다 최양을 불러 심부름을 시키다 그만 사제간의 선을 넘어서고 말았다.
27세의 여교사가 카운술러를 맡았던 18세의 사춘기 남학생과 빗나간 관계를 맺은끝에 살인극을 빚은사건도있었다. 74년5월 서울 종로구K고교1년 이모군(18)이 스승인 여교사의 남편가족을 살해한 사건이다.
남달리 조숙했던 이군은 중학2학년때 학생회장에 당선되어 당시 국어담당이었던 미혼의 여교사로부터 축하인사를 받고는 어린마음속에 큰파문이 일기시작했다.
이군은 결국 졸업을 앞두고 자신의 카운슬러이기도했던 여교사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고교에 진학한 뒤 두사람은 청평유원지등을 돌아다니며 관계를 맺었다.
스승과 제자간의 빗나간 관계는 물론 극히 일부교사와 학생간의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부작용은 언제고 일어날 소지를 안고 있다.
한 일선교사의 조사에 따르면 『여고생들의 3%정도가 선생님을 연모하기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학자인 장병림교수(서울대)는 이같은 현상을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연상의 이성을 사모하는 경향이 있기때문』이라고 진단하고『눈길만 스쳐도 이상한 감정을 갖기 일쑤』라고했다.
서울동일여고 김동섭교장은 그래서 새로 부임하는 교사들에겐 언제나 『60여명의 한반학생들을 골고루 쳐다볼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교실천장을 쳐다보고 강의하라』는 말을 당부한다고 했다.
학생들의 이성교사에 대한 관심은 때로는 학습동기를 유발하는 좋은 면도있지만 지나치면 빗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학교에 4년째 근무하고있는 안진균교사(경기여고)는 『제자를 사랑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교사가 갖춰야할 필수요건 이지만 서로가 상대방을 이성으로 느낄만큼 분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 사도를 지키기위한 교사측의 노력을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위원회 생활지도담당 박성건장학관은 『사춘기의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은 교우관계나 부모와의 세대차에서 오는 갈등의 반작용심리로 젊은 교사들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심리를 갖고있다』면서 교사집으로 전화를하고 편지를 보낸다든지 또는 퇴근길의 교사를 기다려 집까지 미행하는 등의 문제학생이 생기면 그 초기에 올바른 선도를 하는것이 중요하다고 있다.
한두번 그런것을 용납하다보면 교사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되어 결국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종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
이같은 문제는 ▲활달·명랑한 성격보다는 내성적인학생 ▲가정결손등으로 애정이 결핍된 학생 ▲중위권의 성적으로 시기심이 맣은 학생들에게 가능성이 많고 영어·수학등 학생들이 딱딱하게 생각하는 과목보다는 체육·음악·미술등 예체능게 교사들에게 빈도가 높다는 것이 일선교사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은 윤상군을 유괴·살해한 주영형교사의 옛제자 농락사건은 단순한 사제간의 애정관계가 아니라 파렴치한 범죄행위였다고 입을 모았다.[홍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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