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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윤상군 누나 노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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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범인과 일문일답>
유괴를 언제 계획했는가.
▲지난해 10윌 초부터다. 당시 포커 등으로 돈으 잃고 1천만원 가까운 빚을져 누군가를 유괴, 돈을 만들어 내려고 했다. 윤상이는 지체부자유학생으로 평소관심을 잦고 대해 비교적 생활상태를 잘 알았다.
당시 유괴 대상으로 윤상이 누나 연수양을 택했다.
윤상이는 왜 납치했나.
▲윤상이는 계획적으로 유괴한 것은 아니다.
연수양을 유괴하려다 실패해 유괴 생각을 포기하고 사건 당일 윤상이를 만나 연수양사건에 대해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길가에서 윤상이가 연수양 소식을·묻는 내말에 대뜸 『어떻게 누나를 아느냐. 지난번에 누나가 유괴될뻔 했는데 선생님이 이상하다』고 해 아차하는 섕각이 들어 그대로 윤상이를 택시에 태워 우진아파트로 데려갔다.
택시에 태운 장소는 마포고 건너편 제과점 앞길이었다.
아파트에서 윤상이를 어떻게 했는가.
▲윤상이를 아파트로 데려온 뒤 차분히 얘기를 나누려 했으나 윤상이가 계속『선생님이 이상하다』며 소리를 지르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우진아파트는 당초 연수양을 납치해 범행하려고 빌린 것으로 살림도구가 하나도 없고 썰렁해 윤상이가 더욱 불안해 했던 것 같다. 윤상이를 진정시키고 얘기를 계속하러 했으나 계속 반항해 「시간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손발을 묶고 입을 반창고로 붙인 뒤 당일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경희대대학원에 갔던 것이다.
윤상이는 어떻게 죽였나.
▲윤상이를 죽일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고의적으로 죽인 것이 아니고 스스로 탈진상태에서 숨진 것이다. 윤상이를 아파트에 데려다놓고 다음날 아침 찾아가 빵을 먹였으나 계속 토해내고 음식먹기를 거부했다.
그 다음날 15일 아침에 다시찾아 갔더니 완전히 탈진상태에 있었다.
윤상이을 아과트에 홀로두고 나올때는 손발을 붂은 끈을 벽에 고정시켜 놓고 담요를 덮어놓고 했는데 취위를 허기를 견디지 못해 완전히 실신한 상태였다. 이날 학교에 출근했다가 하오 2시쯤 아파트로 찾아가니 이미 몸이 굳어 숨져있었다.
윤상이가 숨진 이후의 행적은.
▲윤상이가 숨진 것을 확인하고 이날 이양을 불러 시체를 플래스틱물통에 넣어 용달차에 싣고 가평매장장소로 떠났다. 매장 장소는 윤상이가 죽기 전날 이양과 미리 답사를 해둔 곳인데 이날 이양이 용달차를 함께 타고 먼저 갔고 나는 택시로 뒤따라갔다.
윤상이가 죽고난 다음날 윤상이네집을 찾아갔다. 무조건 사죄하겠다는 생각뿐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의도에서 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윤상이 어머니가 나를 붙잡고 슬피 우는 것을 보고는 아무말도 못하고 그대로 나왔다.
경찰에서 몇번씩이나 죽으려 했다고 진술했는데 언제부터 죽을 생각을 했나.
▲윤상이 집을 나와서부터는 언제나 죽고싶은 심정이었다. 사건이 공개되고 대통령의 담화문까지 나왔을 때는 정말 죽고싶어 농약이나 면도칼까지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그러나 교직에 몸담고 있는 몸에 나의 법행이 알려지면 다른 선량한 교직자들에게 누를 끼친다는 생각에서 자살하지 못했다.
다른 두 공모자들은 당신이 범인임을 알고있었나.
▲고양은 모르고 이양만이 알고 있었다. 이양은 처음 연수양을 유괴하려 할 때부터 계속 나를 도와준 아이다.
지금 심정은.
▲단지 죽고 싶은 마음뿐이다. 벌써부터 죽으려 했지만 실행치 못하고 결국 범인이 밝혀지고 다른 교직자들에게도 누를 끼치는 결과까지 빚었다. 단지 마지막으로 한마디 할 것은 연수양을 유괴하려 할 때에는 고의성이 있었으나 윤상이만은 고의적으로 납치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윤상이는 결국 사태가 그 지경까지 이르러 죽었을 뿐 내 스스로 살해했던 것은 아니다.

<범인주변>
주교사는 광주가 고향으로 순천중학과 순천고등학교를 졸업, 75년9월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재학중에는 핸드볼을 전공, 서울대 핸드볼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졸업 후 ROTC장교로 입대, 중위로 77년6월 제대한 후 77년9월14일 창덕여중에 체육교사로 첫부임했고 지난해3윌1일 경서중학으로 옮겨 2학년10반담임과 l학년 체육을 맡아 윤상군 (당시1학년3반)을 가르쳤으며 올해는 1학년8반담임을 맡고있다.
지난해 경희대대학원에 진학, 체육학을 전공하는 등 학구열이 높은 교사로 알려졌고 작년 서울시민방위시범학교인 경서중학교의 민방위담당을 맡아 서울시장표창을 받기도 했다.
서울 신길5동 448의23에 부인 이모씨와 2남을 두고 있으며 평소 노름을 좋아해 늘 돈에 쪼둘려 왔다는 것.
부인 이씨는 현재 보증금 4백만원에 월세15만원짜리 잡화점을 경영하고있다.
주교사는 주모씨(54·모지방국세청조사계장)의 2남중 장남.
이양은 77년 우석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창덕여중을 거쳐 현재 영등포여고에 재학중이다.
고양은 76년2월 경기도 오산에서 국민교를 졸업한 후 그해 3월 창덕여중에 입학, 졸업후 79년3월 동명여고에 입학해 재학중이다.
고양은 고모씨(44·모고속버스회사녹음실근무)의 4남매중 장녀. 싯가3천만원짜리 양옥집에서 중간층 정도의 생활을 하고있다.

<검거경위>
경찰은 주교사가 평소 교내에서 수시로 윤상군을 불러 면담을 해왔는데도▲실종당일 교외면담을 미끼로 윤상군을 불러낸 점▲윤상군의 어머니 김해경씨(41)에게 이사실을 사건당일 알리지 않은 점 ▲주 교사가 재학중인 경희대대학원에 등교할 시간이 촉박했는 데도 윤상군을 불러낸 점등으로 미루어 주교사의 알리바이에 대해 집중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그동안 주교사가 진술한 내용중▲대학원에서 강의를 받은 사건당일의 강의내용이 주교사의 말과 일치하지 않고▲거것말 탐지기 시험결과 주교사의 진술에 대해 허위반응이 나타났으며▲창덕여중에 있을 당시 여중학생들과 추행사실이 밝혀져 주교사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주교사와 관계를 맺었던 K모양으로부터 『3년전 나를 농락한 주교사가 일본에 유학가기 위해돈을 마련하려고 나를 유괴하려는 음모를 꾸민일이있다』는 제보를 받아 지난27일 하오3시30분 주교사를 연행, 집중 추궁한 끝에 29일하오6시 범행일체를 자백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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