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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회장 후보 6명으로 압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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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KB금융 차기 회장 경쟁이 사실상 6파전으로 압축됐다. 유일한 순수 내부출신 후보였던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7일 사퇴한 데다 지동현 전 국민카드 부사장 역시 본선 진출 의지가 강하지 않아서다. 김 전 부행장은 서울보증보험 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과거 KB금융에 몸 담은 적이 있는 후보로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 세 명이 남았다. 순수 외부 출신은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양승우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회장 세 명이다. KB금융 출신이라고 해도 근무기간이 2년 안팎에 불과해 사실상 ‘외부 회장-내부 행장’ 구도로 굳어지게 됐다.

 금융계 안팎에선 이번 KB회장 인선에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번 KB사태가 각기 다른 낙하산 줄을 타고 내려온 회장과 행장이 마찰을 빚으면서 불거진 만큼 낙하산 인사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외부 여론이 거세다. 특히 회추위 의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서울대 교수는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소유주였던 고 김지태씨의 4남이다. 부산지역 기업인이었던 김씨는 5·16 이후 부정축재자로 몰려 부일장악회를 정부에 헌납했다. 이후 유족이 반환 소송을 냈으나 올 초 대법원 판결로 패소했다.

 김 교수는 임영록 전 회장에 대해 금융위가 3개월 직무정지 중징계를 결정했을 때도 “정부가 민간 은행 경영에 개입한 관치”라며 임 전 회장 해임에 반대했다. KB 관계자는 “현재 회추위 내부는 정부의 의중 같은 말은 아예 꺼낼 분위기가 아니다”라 고 전했다. 내부 경험자 중에선 김기홍 전 수석부행장이 사외이사진과 내부 직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영기 전 회장은 과거 소송 건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윤종규 전 부사장 역시 내부 출신이란 게 강점이다.

 외부 출신으론 이동걸 전 부회장이 부각되고 있다. 다만 그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금융인 모임을 이끌 정도로 현 정권과 가깝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힌다. 양승우 회장은 회계·경영 전문가로 외환위기 당시 은행경영평가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대한상의 금융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은행장만 14년째인 대표적 민간 금융인이다. 그간 금융위원장, KB금융 회장 후보로 꾸준히 하마평에 올라왔으나 고사해오다 이번에 후보직을 공식적으로 수락해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회추위는 16일 최종 후보 4명을 공개할 예정이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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