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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화승그룹, 주력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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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 화승R&A 양산 공장 작업자들이 현대차에 납품하는 파워스티어링 호스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27일 경남 양산에 위치한 화승R&A(루버앤오토모빌)의 자동차용 고무 부품 공장.

얼굴에 검댕이 묻은 작업자 30여명이 도요타의 최고급차인 렉서스 LS430에 들어갈 윈도우용 고무 창틀을 생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수출 전용'이라는 팻말이 붙은 라인에서는 생산제품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량 검사했다. 불량률 0%를 지키기 위해서다.

고무 창틀은 자동차의 트렁크 등 차체와 윈도우에 장착해 누수.외부소음.먼지 등을 차단하는 부품이다. 60도 이상의 고온이나 습기.폭설에서도 변화가 없어야 한다. 수년간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도 갖춰야 한다.

이 회사의 강윤근(50) 자동차 부품 본부장은 "2003년 초부터 도요타에 자사 제품을 수출한 이래 불량.결품률이 0%"라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산업자원부에서 이 회사 제품을 '차세대 세계 일류 상품'으로 뽑기도 했다. 이런 덕분에 회사측은 올해에도 도요타 수출이 전년도보다 20%나 성장한 4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발 수출 전문기업으로 유명한 화승그룹이 자동차 부품.소재 전문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원래 이 회사는 나이키 운동화를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수출해 1991년에는 재계 22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발 산업의 메카였던 부산 지역의 대표 기업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당시 모회사인 ㈜화승이 종금사에서 빌린 단기부채를 견디지 못해 98년 부산지방법원에 화의를 신청했다.

하지만 올해 1월 예정보다 1년 빨리 부채를 모두 갚고 화의를 졸업했다. 이 회사가 신발사업의 사양화를 내다 보고 80년대 초 선투자했던 자동차 부품 사업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승그룹은 올해 매출 목표 1조3000억원중 자동차 부품에서만 5000억원을 올릴 계획이다. 화승그룹의 고영립(56) 부회장은 "자동차 부품 덕분에 화승그룹의 재도약이 가능했다"며 "신발 공장은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하고 국내에선 고부가가치 자동차 부품과 스포츠 용품을 생산하는 이원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달 초에는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에서 자동차로 30여분 떨어진 곳에 3만평 규모의 자동차 고무 부품 공장(HSAA)을 준공했다. 인도.중국 공장에 이은 동반 진출인 셈이다.이 회사는 앨라배마에서 올해 300억원,내년에는 6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2010년까지는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빅3'에 전체 매출의 40%를 납품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다음달 2010년 그룹 매출 3조원 가운데 자동차 부품이 50%를 차지하는 종합 비전도 발표할 예정이다.

양산=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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