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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와 생계사이|프로골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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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사회에서는 귀족 스포츠로 불려던 골프가 80년대에 들어서자 대중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골프장업협회(사장 최철)에 따르면 81년 현재 한국의 골프인구는 15만명선. 전국21개 골프장 내장객수는 올들어 지난 1O월말까지 연68만5천여명에 이르렀다. 이 내장객 숫자는 작년1년동안의 71만명과 엇비슷한 것인데 1개 골프장에 매월 2천8백여명이 찾아온 것이니 가히 골프 붐이 일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 골프가 상륙한 것은 81년전인 1900년 원산세관안 해안에 6홀짜리 골프장이 영국인들에 의해 개설되면서부터다.

<81년전에 첫상륙>
그러나 일제하의 한국인들에겐 골프는 구름위의 스프츠었다.
이후 1919년에 효창공원에 9홀짜리를 비롯, 청량리 평양·능동 군자리 코스 등이 생기면서 한국인 프로골퍼도 태동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골퍼는 연덕춘씨(56). 서울 능동의 중농의 집에서 태어난 연씨는 17세매 현재의 어린이 대공원자리에 있었던 군자리코스에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여 2년후인 19세때 (1935년)는 일본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골프수업에 나섰다. 따라서 한국의 프로골퍼역사는 이제 46년을 맞는 셈이다. 연덕춘씨 이후 오랜 침묵끝에 해성같이 나타난 프로골퍼가 한장상선수 (44)다.
1960년 21세의 약관 한선수가 한국프로선수권을 제패함으로써 한장상시대를 열었고 그의 등장으로 우리나라에도 비로소 새로운 프로골퍼 세대가 펼쳐졌다.
그래서 7O년대엔 김승학 (34), 80년대에 들어서는 최상호(26·반포연습장)가 새스타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 프로골퍼들을 총괄하는 기구가 사단법인 한국프로골프협회(PGA·회장 김보만·46)다. 지난68년에 골퍼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12명에 의해 창립된 PGA는 현재 94명(남83·여11)이 회원으로 가입되어있다.
이들의 주된 수입은 말할 것도 없이 각종 대회의 상금이다. 올시즌대회를 끝낸 PGA는 최근 국내대회 상금랭킹을 발표했다. 1위 최상호=8백35만8천2백원, 2위 한장상=7백15만5천4백60윈, 3위 박정웅=4백74만1천원, …10위 김승학=2백67만4천2백천원.
최상호선수는 매월70만정도의 수입을 올린 반면 김승학선수는 20여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한국 프로골퍼들은 대부분 일반인들이 생각하듯이 많은 수입을 올리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골퍼의 상금액은 지난해 세계에서 최고상금을 기록한 「톰·위트슨」(미국) 의 53만8백8달러 (약3억7천만원)에 비하면 시쳇말로 새발의 피라는 표현이 걸맞는다.

<최고 월수백만원>
현재 한국에는 6개의 오픈대회가 있다. 이중 최고상금대회는 올해 창설된 동해오픈대회로 총상금규모는 1천5백만원. 이밖에 국제대회로 아시아서키트 한국오픈대회가 8만달러 (약5천6백만원) 의 상금을 내놓고 있다. 이는 대개 15만달러 정도의·상금이 걸린 대회를 매달 쉬지 않고 벌이는 미국 등과 비교하면 엄첨난 격차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골퍼들은 이같이 대회의 상금만으론 생활하기가 어려워 연습장에서 초보자들에게 레슨을 하거나 스폰서의 도움을 받게된다. 올해 남녀부에서 최고의 성적과 상금을 기록한 최상호와 구옥희(25·한양CC)의 경우를 보면 더욱 골퍼들의 실생활이 실감난다. 지난해부터 해성과 같이 나타난 최상호는 올해 최고상금액뿐만 아니라 평균타수 71.71의 2언더파로 PGA가 수여하는 MVP(최우수선수) 상을 받게 됐다. 그는 상금외에 반포연습장에서 받는 17만원의 월급과 레슨비 10만원(2명)이 총수입이다.
따라서 그는 매달 모두 1백만원의 수입을 올린 셈인데 외국에 비해 까마득한 격차가 있어 골프에 관한한 한국은 여전히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씨는 지난해 연애결혼한 안계숙씨(25)와의 사이에 10개월된 아들을 두고있는데 아직 전세집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구옥희는 올시즌 오란씨오픈을 제의한 부산오픈, 쾌남오픈, 동해오픈 선수권대회 등을 석권, 4관왕을 차지했으면서도 상금총액이 고작 1백50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미혼인 구양은 스폰서인 G농산회사에서 매말 30만원씩 지윈해주는데다 오빠들이 있어 생활걱정은 없다는 것.
구선수는 오직 해외진출을 목표로 여자 아마추어의 레슨신청도 거절하며 오로지 연습에만 정진하고 있다.
한국골퍼들은 우선 생활안정이 다급하기 때문에 레슨은 물론, 골프장과 골프용품 가게를 경영하는 등 외도에 빠지기 일쑤다.

<외국과는 격차커>
이같은 골프업 경영으로 억대의 재산을 모은 골퍼로는 김승학 (34·워커힐연습장) 과 손흥수 (37·반프연습장) 가 꼽힌다.
이들이 경영하는 워커힐과 반포연습장은 이젠 한국 골프계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하고 있다.
5남매 골퍼로 유명한 김승학은 워커힐 사단총수로 6명의 프로골퍼를 거느리고 있다. 김씨의 연습장엔 매월 60∼70명의 회원(한달회비 6만5천원)들이 프로골퍼의 지도를 받고있다. 골프용품가게까지 경영하는 김씨는 『올엔 불경기 탓인지 회원수가 지난해의 1백명 수준에 비해 크게 밑들고 있다』고 말한다.
김씨의 형인 승만씨 (42)는 서초동에 또 하나의 연습장을 차려 반포사단에 위협 (?)을 가하고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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