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의혹사건 빨리 털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열린우리당이 바빠졌다. 연이어 터진 러시아 유전과 행담도 개발 관련 의혹 사건 때문이다.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정부.여당 모두 끝없는 수렁으로 끌려 들어갈 것이란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26일 원내전략회의에서 "잘잘못을 가려 고칠 것은 고치고, 책임질 것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의혹 사건이) 더 이상 당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차단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문희상 의장은 25일 충청.서울 지역 소속의원들과 잇따라 비공개 간담회를 연 데 이어 26일에도 영.호남 의원들을 차례로 만났다.

양대 의혹 사건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문 의장은 25일 "의혹의 빌미를 제공한 두 분이 결과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했었다. 이광재 의원(러시아 유전)과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행담도)을 겨냥한 발언이다.

여당 의원들은 아직 공개 발언을 아끼고 있다. 문 의장과의 대화에서도 깊은 얘기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내 저변의 분위기는 비등점을 항해 치닫고 있다. 호남 출신 한 의원은 "S프로젝트에 대해 밝힐 것이 있다면 차라리 빨리 밝혀야 한다"며 "일찌감치 털어버리는 게 오히려 (사업 진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소장파 의원은 "이광재 의원 본인이 (거취 등에 대해) 결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당내 중도.보수 성향의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은 26일 모임을 갖고 "의혹이 있다면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이날 모임에선 "정말 필요한 사업이라면 위원회 등이 아닌 해당 부처가 맡아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고 안개모 간사인 박상돈 의원이 전했다.

의혹 사건이 불거지면서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 상호 불만도 쌓이고 있다. 핵심 당직에 있는 한 의원은 "이광재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직계 아니냐"며 "이제는 청와대가 교통 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 내에는 각종 의혹 사건 등 현안에 대한 당의 해결 능력을 불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과거사법 표결 때 여당 지도부에서까지 반란표가 다수 나온 것을 놓고 청와대 핵심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