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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서 찾았다! '연어 에이즈' 예방·치료 물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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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어는 ‘생선시장의 대세’로 떠올랐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연어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때문이다. 찾는 사람이 늘면서 연어 수입량과 가격은 급등세다. 올 들어 5월까지 국내에 들어온 연어는 모두 1만113t.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34t 늘었다. 가격도 최근 2년 새 80%나 올랐다. 덩달아 현재 18조원으로 추산되는 세계 연어 소비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밥상을 빠르게 점령해가고 있는 연어는 차갑고 깨끗한 바다에만 살기 때문에 양식이 무척 어려운 어종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노르웨이 피오르드 등과 같은 청정 바다에서만 양식이 가능하다. 제한된 환경, 엄격한 조건에서만 양식하다 보니 한번 질병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다. 양식 연어에 가장 치명적인 질병은 연어 ‘에이즈’라고 불리는 시라이스(Sea lice·바다물이)다. 한번 감염되면 폐사율이 90% 이상인 무서운 기생충이다. 해마다 약 20∼30%의 양식 연어가 시라이스로 폐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치명적 기생충의 예방과 치료법을 찾기 위해 전세계 기업과 국가가 나섰지 아직 뚜렷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최근 낭보가 전해졌다. 불가능해 보였던 시라이스 예방과 치료의 길이 열린 것이다. 그것도 전진바이오팜이라는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에 의해서다. 이 업체는 최근 영국 스털링대학과 공동 연구를 통해 한국의 한 야생 들풀에서 추출한 식물성분이 시라이스를 퇴치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전진바이오팜은 현재 이 결과를 바탕으로 덴마크의 양식 사료 회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연어 에이즈 예방·치료제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전진바이오팜 이태훈(42) 대표는 “시라이스 치료 물질 발견으로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연어 구충제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진바이오팜은 대구에 본사를 둔 토탈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2004년 설립됐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선 생각과 연구를 바탕으로 각종 대소 동물 기피제를 개발해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난 이 회사의 이태훈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식물의 독성과 약리 작용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때죽나무의 열매를 찧어 물에 풀면 물고기가 기절해서 둥둥 떠오르는 모습이 마냥 신기했다. 이를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한 게 2003년이다. 당시 경북대 수의학대학원에서 항생제를 연구하던 그는 문득 ‘멧돼지를 죽이지 않고 쫓을 수 없을까’라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 설립 9년 만인 지난해 176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결국 답은 자연에 있었던 셈이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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