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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타자 송지만, 그라운드를 떠난다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 최고령 타자 송지만(41·넥센)이 그라운드를 떠난다.

송지만은 7일 넥센 구단을 통해 은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프로 생활을 마무리 할 시점이 왔다. 지금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어서 행복했고,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며 19년 야구 인생의 마지막을 알렸다.

송지만은 '황금 학번'으로 불린 92학번 중 마지막 현역 선수였다.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비롯해 고(故) 조성민, 임선동 연세대 코치, 정민철 한화 코치, 박재홍 MBC 해설위원 등 수많은 야구 천재들이 1992년 2월 고교를 졸업했다. 빛나는 동기생들과 달리 송지만은 조용히, 그리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었다. 송지만은 통산 193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3, 311홈런, 1030타점을 올렸다. 19년 동안 개인 타이틀을 하나도 차지하지 못했지만 프로야구 역대 6번째로 많은 홈런을 기록한 타자다.

송지만은 1년 전 은퇴를 생각했지만 넥센이 한 시즌을 더 기다렸다. 그는 "나에게 1년은 구단이 준 선물이다. 주변정리를 하고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배우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넥센에 남아 이별을 준비했다.

동산고와 인하대를 졸업하고 1996년 한화에 입단한 송지만은 데뷔 첫 해 홈런 18개, 타율 0.287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꽤 훌륭한 성적이었지만 신인왕은 30홈런-36도루를 기록한 동기 박재홍(당시 현대)의 차지였다. 대신 송지만은 1999년 한화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 됐다.

송지만은 2004년 현대 권준헌과의 맞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옮겼다. 이후 현대의 영광과 몰락을 경험했고, 만신창이로 시작했던 넥센의 성장을 이끌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의 별명은 '송집사'다.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는 송지만을 많은 후배들이 존경하고 따랐다.

베테랑 선수에게 은퇴는 고민의 연속이다. 특히 수년 동안 팀의 중심에 섰던 선수들의 은퇴는 개운하게 마무리 되는 일이 드물다. 선수 입장에서 전성기에 비해 떨어진 자신을 잘 알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여기에 은퇴를 종용하는 구단의 태도에 마음을 상하기도 한다. 은퇴를 놓고 구단과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면 선수는 지치고, 이를 지켜보는 팬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그런 면에서 송지만은 떠나야 할 시기를 놓치지 않았다. 넥센 구단도 그가 현역 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송지만은 “올해 많은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어도 어느 해보다 뜻깊었다. 선수로서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었고, 미래를 고민하고 진로를 결정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넥센은 내년 4월 송지만의 은퇴식을 성대하게 치러줄 계획이다. 그리고 지도자로서 제2의 야구인생을 살 그에게 코치로서 새 기회를 줄 예정이다. 송지만은 내년부터 넥센 2군인 화성 히어로즈 선수들을 지도한다.

김원 기자 rasp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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