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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영화] 스타워즈 스토리 헷갈렸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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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메가톤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이하 시스의 복수)'가 26일 국내 개봉됐다. '시스의 복수'는 '스타워즈' 시리즈(총 6편)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 은하공화국이 몰락하고 제국이 성립되며, 주인공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악의 화신 다스 베이더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룬다. 그러나 어지간한 열혈 팬이 아닌 한 사전 정보 없이 '시스의 복수'를 모두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세기의 화제작을 보다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한 배경지식을 소개한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지구와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계와는 전혀 관련없는 머나먼 은하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 은하계의 연대기는 야빈 전투가 벌어진 해를 0년으로 하여 기술된다. 야빈 전투는 1977년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의 배경으로 아나킨의 아들 루크 스카이워커가 제국군의 데스 스타를 파괴하는 바로 그 전투를 말한다. (참고로 '시스의 복수'의 시대적 배경은 야빈 전투로부터 19년 전이다)

야빈 전투로부터 약 2만5000년 전, 은하 공화국이 탄생한다. 이때 은하계의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의의 기사단이 함께 창설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제다이 기사단이다. 제다이 기사단은 심신의 도야를 중시하고 개인감정을 가지는 것을 금기시하며 오로지 방어를 위해서만 '포스'를 사용한다. 포스란 우주 만물을 관통하는 신비로운 힘. 가치중립적 성격을 띠고 있어 그것을 쓰는 이의 의지에 따라 정의로운 힘으로도, 사악한 힘으로도 발현될 수 있다. 제다이들은 전통적으로 '포스의 어두운 면'을 철저히 경계해 왔다.

그런데 약 2000년 전에 '포스의 어두운 면'에 심취한 '어둠의 제다이'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반란을 도모하다 결국 제다이 기사단에 의해 추방되어 코리반이라는 행성으로 도주한다. 코리반 행성에는 선천적으로 매우 강한 포스를 지닌 '시스'라는 원시부족이 있었다. '어둠의 제다이'들은 오랜 기간 이들을 지배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인종 혼합'이 이루어져 새로운 '시스족'이 탄생한다.

이때부터 '시스족'은 종족적 개념이 아니라 제다이 기사단과 같은 '결사조직'을 일컫는 말이 된다. 호전적 성향의 시스족은 공화국을 침공하여 은하계 정복을 꾀하지만 결국 제다이 기사단에 의해 괴멸된다. 제다이와 시스의 '악연'이 시작된 것이다. '에피소드 3'의 제목이 왜 '시스의 복수'인지 이해가 가시는지? 제다이들은 시스족이 소멸했다고 믿었으나, 시스족은 감시의 눈을 피해 혈통을 유지하며 '복수'를 벼르고 있었다.

제다이 기사들 중 능력이 탁월한 자는 '마스터'의 지위에 오른다. 이들 중 특히 명망 있는 12명의 인물로 구성된 것이 영화에 등장하는 '제다이 위원회'다. 제다이들을 통제하는 일체의 규정은 이 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제다이 마스터는 한 명의 제자를 받아들여 수련시키도록 돼 있다. 시스족에게도 같은 규율이 있다. 제다이와 시스 모두에게 이 규율은 조직의 유지를 위해 철저하게 지켜졌다. 제다이 마스터에 해당하는 시스족의 지위는 '시스 로드'. '시스의 복수'에서 아나킨을 유혹해 제자로 삼으려는 팰퍼틴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다스 베이더(변절한 아나킨)는 '마지막 시스 로드'로 역사에 기록된다.

제다이가 어린 아이를 제자로 삼는 이유는 '순수한 아이'일수록 시스족의 '어둠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아나킨은 이미 '순수성'을 상실한 나이에 제다이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에 제다이에게 금기시된 '개인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아나킨을 악의 유혹에 무릎을 꿇게 한 또 하나의 요인은 자신이 최강의 제다이라는 자만심이다.

제다이 기사단에는 '언젠가 선택된 자(Chosen one)가 등장하여 포스의 균형을 가져온다'는 고대 예언이 있었다. 여기서 '선택된 자'란 바로 아나킨. '포스의 균형' 역시 가치중립적 개념으로 선한 쪽으로도, 악한 쪽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바로 주인공 아나킨/다스 베이더가 어떤 식으로 '포스의 균형'을 가져오는지를 그리고 있는 셈이다. 자, 어떤가? 이 정도 '예습'이면 '시스의 복수'를 두 배는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 지난 28년간 미국인을 열광시킨 '20세기 우주신화'의 얼개를 보여드렸으니….

김정대('스타워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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