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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관 기자의 아하, 그렇군요] 레시틴 풍부한 잡곡밥 건망증 예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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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경쟁력은 기억력에서 비롯된다. 학습과정 역시 많은 정보를 뇌에 축적하려는 행동과 다르지 않다. 건망증은 종종 두려움을 가져온다. 어느 한 순간 전기 코드를 빼버리듯 기억이 사라지는 치매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의 삶은 기억에 의존하고, 기억력이 곧 삶의 질을 결정한다.

기억은 뇌가 주관한다. 조금 깊게 표현하자면 1000억 개의 신경세포와 신경회로, 그리고 신경전달물질의 화학반응이다. 그렇다면 머리가 나쁘다는 것은 뇌세포의 수 또는 뇌의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의 뇌도 거의 같은 수의 신경세포가, 같은 형태로 배열돼 있다고 말한다. 기억력은 개인의 노력, 생각하는 습관,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이 영국의 인지신경학자 맥과이어의 연구에서 확인됐다. 그는 런던의 택시기사 16명의 뇌를 핵자기 공명장치(MRI) 사진으로 찍었다. 이 결과 이들의 뇌 일부가 일반인보다 더 크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핸들을 잡은 지 30년 된 사람은 특정 뇌 부위가 3%나 커져 있었다. 이를 신경세포로 환산하면 20%나 늘어난 셈이다. 뇌는 나이와 상관 없이 사용할수록 좋아진다는 것이 결론이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수록 뇌세포가 파괴된다는 사실은 부정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실제 우리의 뇌 속에선 하루에도 수만 개의 뇌세포가 사라진다. 흥미로운 것은 별로 사용하지 않는 부위부터 파괴된다는 사실이다.

죽어가는 뇌세포를 탓하며 건망증을 걱정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방법은 없을까.

기억의 과정에 빼놓을 수 없는 뇌 부위가 해마라는 조직이다.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여 일시 보관하는 작은 기억창고다. 이곳에서 임시 보관하면서 버려야 할 것과 장기 보존할 정보를 가려 대단위 기억창고인 대뇌피질에 저장한다.

단기 기억은 30초에서 몇 분 정도 저장되는 정보다. 따라서 한꺼번에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이 제한돼 있다. 그 수가 대략 7이다. 요일과 음계도 7개로 구성되며,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도 대략 7명이 외우기 좋다. 전화번호 역시 7개 숫자가 잘 외워진다. 그 이상 숫자를 기억하려면 대상을 그룹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숫자 사이에 '-'를 넣는 것이 이런 이유다.

기억에는 의미기억과 체험기억이 있다. 주민등록번호나 사람의 이름을 외우는 것은 의미기억이지만 사람과 만나 즐겁게 대화하고 감동을 나눈 장면을 떠올리는 것은 체험기억이다. 물론 후자의 기억이 훨씬 오래 간다.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려면 체험에 의미기억을 삽입하면 효과적이다. 역대 왕 이름을 노랫말로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흥미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새로운 장소, 맛난 음식,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해마에선 뇌파의 하나인 세타(θ)파가 나온다. 하지만 흥미를 느끼지 않는 환경에선 나오지 않는다. 기억은 관심과 흥미와 비례한다.

해마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향기를 권하는 전문가도 있다. 해마는 냄새에 민감하기 때문에 커피나 레몬향 등이 기억의 촉매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레시틴도 활발히 연구된다. 대뇌피질이나 해마에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정보전달물질이 사용된다. 레시틴은 몸 안에 들어가면 콜린으로 변해 아세틸콜린의 원료가 된다. 해마를 활발히 움직이는 영양공급원으로 레시틴 함량이 높은 식품을 권하는 이유다. 레시틴은 발효된 콩이나 계란 노른자, 잡곡밥 등에 풍부하다.

뇌를 보호하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행위도 있다. 우습게 생각되지만 머리를 때리거나 심지어 꿀밤을 주는 행위도 좋지 않다. 이런 작은 동작만으로도 수천 개의 뇌신경세포가 망가진다는 것이다. 술도 뇌세포가 파괴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수면제나 각성제, 마약도 마찬가지 약물들이다.

도움말.참고: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뇌 기억력을 키운다'(지상사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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