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는 행담도 그리고 S프로젝트] 대통령 자문기구가 왜 국책사업 챙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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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련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행담도 개발사업과 'S프로젝트(서남해안 개발계획)'의 실체가 상당 부분 드러났다. 그러나 해명에 대해 새로운 의문이 나오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궁금증도 있다. 무엇보다 법적으로 대통령 자문기구에 불과한 동북아시대위원회의 월권 행위 논란이 새로 일고 있다. S프로젝트의 시범사업으로 추진된 행담도 개발사업의 경제성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 대통령 자문기구의 월권? =청와대 관계자들의 발언을 통해 S프로젝트는 동북아위가 싱가포르와 직접 접촉하면서 추진해 왔음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정부 관계부처는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오히려 민간기업인인 김재복 사장이 싱가포르와 청와대의 가교 역할을 했다.

S프로젝트는 앞으로 20년 동안 서남해안에 인구 250만 명의 신도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행정수도의 인구 유치목표가 50만 명이니 이보다 몇 배나 큰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그 밑그림을 정부는 배제한 채 대통령령으로 돼 있는 자문기구가 비공개적으로 그리는 게 법적으로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동북아위는 "싱가포르 쪽에서 만든 개발계획을 총리실에 보고했고, 앞으론 총리가 이를 관장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총리실과 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에서는 S프로젝트에 대해 제대로 아는 담당자를 찾을 수 없다. 동북아위가 그림을 다 그려 놓고 정부는 형식적인 검토 절차만 밟도록 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사기업인 행담도개발㈜을 위해 지원의향서를 써주거나 행담도개발㈜과 업무협조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동북아위 규정에도 없는 행위다. 더욱이 청와대 인사수석이 나서서 S프로젝트를 챙기고, 행담도개발㈜과 도공 사이의 분쟁 조정까지 나선 것은 월권 행위란 지적을 받을 만하다.

◆ S프로젝트 현실성 의문=동북아위는 S프로젝트에 500억 달러의 투자 유치 계획이 들어 있고 이 중 200억 달러는 싱가포르가 맡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1962년 이후 지난 3월 말까지 40여 년 동안 싱가포르의 대 한국 직접투자는 33억 달러에 불과하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 전체에 대한 투자액이 310억 달러다. 따라서 앞으로 20년 동안 서남해안 개발에만 싱가포르가 2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이를 포함한 외국 자본이 500억 달러가 들어올 것이라는 계획은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조차 "한마디로 꿈 같은 얘기"라고 일축할 정도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이 그 정도의 투자를 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한국 정부의 보증이나 각종 규제 완화 조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이를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부터 점검해 보는 게 순서"라고 설명했다.

◆ 행담도 사업 경제성도 논란=행담도개발㈜의 싱가포르 측 대주주 EKI와 한국 측 대주주 도로공사가 2004년 1월 맺은 '자본투자협약'의 불공정성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본지가 입수한 도공과 EKI의 모회사인 ECON 및 현대건설 사이의 99년 6월 최초 사업계약서에 따르면 제10항에 '사업에 대한 매수청구권의 보장'이란 항목으로 처음부터 도공의 사실상 지급보증 조항이 들어가 있었다.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사업을 할 수 없게 되거나 수입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 도공이 사실상 ECON의 투자비를 물어준다는 내용이다.

EKI와 도공의 협약이 2004년 1월 갑작스럽게 이뤄진 게 아니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도공은 "외환위기 직후 외자유치를 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조항"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사업이 잘못될 경우 EKI는 손해를 전혀 보지 않고 도공이 위험을 모두 떠안게 돼 있는 계약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행담도개발㈜은 2차 매립을 위해 앞으로 3억 달러를 더 빌릴 계획이다. 이 경우 휴게소와 매립지를 담보로 넣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휴게소와 매립지의 가치가 추가 차입분 3억 달러와 기존 차입분 1억500만 달러를 갚고도 남을 만큼 돼야만 도공이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다.

정경민.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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