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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간접투자 이젠 돈되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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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이 한 단계 더 뛰어오를 수 있는 전기를 맞았다. 정부의 잇단 규제책으로 세금과 거래비용이 늘어 부동산 직접 투자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보유세가 늘고, 실거래가로 세금을 물리는 체계가 자리잡히면 부동산값이 올라도 이것저것 털고 나면 실제 이익을 손에 쥐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 세제 등에서 유리하고, 투자 위험도 비교적 적은 간접투자로 돈이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간접투자의 대표 상품인 부동산펀드는 지난해 6월 첫 선을 보인 지 1년 만에 판매액이 2조원을 돌파했다. 딜로이트 FAS 부동산팀 임승옥 전무는 "전문 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있긴 하나 직접 투자로 돈 벌기가 어려워질수록 간접 투자시장은 활성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간접투자 제2 도약기 오나=부동산 간접투자는 자산운용사.부동산투자회사가 개인.법인의 돈을 모아 부동산 등에 투자한 뒤 이익을 돌려주는 것이다. 크게 부동산펀드.일반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구조조정리츠(CR리츠) 등 세 가지가 있다. 은행이 판 부동산투자신탁이 있었으나 지금은 유명무실하다.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부동산펀드.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14개 자산운용사가 설정한 부동산펀드는 90개다. 판매액은 1년 전 1390억원에서 지금은 2조1100억원으로 15배 급증했다.

부동산펀드는 규제가 많지 않다. 회사를 따로 만들 필요 없이 간접투자자산운용법에 따라 기존 자산운용사가 발매할 수 있다. 세금 감면 혜택도 있다. 투자 대상도 부동산 대출은 물론 개발사업.임대 등 다양하다. 운용은 자산운용사가 맡고, 판매는 은행.증권사가 하는데 목표 수익률이 연 7% 안팎이다. 까다로워진 직접 투자 여건에 질린 이들이 고개를 돌릴 만한 매력을 지닌 것이다. 일반리츠도 원기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리츠는 2001년 시행됐으나 회사를 만들어 운용해야 하고,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이 적어 설립된 곳이 없다. 구조조정 부동산에 주로 투자하는 CR리츠만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 들어 일반리츠의 설립요건.세제.투자대상 등이 완화됐다.

◆직접 투자보다 나은 점은=간접 투자의 최대 매력은 세제 혜택이다. 개인이 부동산을 직접 살 경우 매입가의 4~4.6%를 취득세.등록세로 내야 하지만 부동산펀드는 취득세.등록세를 50% 감면받는다. 또 양도세는 없고 배당소득세(15.4%)만 내면 된다. 직접 투자하면 부동산을 팔 때 보유기간에 따라 차익의 상당액을 양도세로 털어내야 한다.

마이에셋자산운용 전유훈 이사는 "보유세 인상.양도세 실가 부과 등으로 부동산 직접투자에 따른 세금 부담은 계속 늘지만 간접투자는 세제 혜택이 되레 많아져 투자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투자에 비해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중도에 돈을 돌려받기는 어렵지만 주식시장에 펀드가 상장된 뒤에는 매매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옥석은 가려진다=간접투자 상품도 투자자들의 수요에 맞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아파트사업 대출 형태에서 벗어나 경매펀드.임대주택펀드.할인점펀드 등 다양한 상품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상가.빌딩펀드를 준비하는 곳도 많다. 상가는 고위험 상품에 속해 부동산펀드의 기피 대상이었다. 하지만 맵스자산운용 등은 이미 임대가 잘 되는 서울 강남권 대형 상가.빌딩을 사들여 펀드를 팔았다. 최근엔 수익률은 높지만 투자 위험이 큰 개발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채비를 갖추는 자산운용사도 적잖다. 마이에셋자산운용은 골프장.실버타운.호텔 등을 갖춘 복합개발사업을 대상으로 한 펀드를 구상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도 등장했다. 국내에서 이익 낼 만한 부동산을 찾기 어려워지자 해외로 투자 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성행하는 임대주택 전문펀드도 하반기 국내에 선보일 것 같다. 임대주택펀드는 민간투자법에 따라 선박펀드처럼 세금감면 혜택이 있어 많은 자산운용사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서현우 팀장은 "임대주택은 건설업체들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선진국처럼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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