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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 취업 막는 개정 경비업법 큰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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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정만 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은 “신규 경비원을 채용하지 못해 경비에 공백이 생기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집단민원 현장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일부 업체 때문에 상가·아파트 경비로 취업하려는 서민들 취업길이 막혔습니다. 경비업체들도 고사 직전입니다.” 이정만(66·대한안전관리공사 대표) 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을 6일 서울 성수동 경비협회에서 인터뷰했다. 이 회장은 기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정말 큰일”이라는 말부터 꺼냈다.

 국내 경비업체들로 구성된 단체인 한국경비협회에 최근 비상이 걸렸다. 개정 경비업법이 지난 6월 시행되면서 경비업계 전체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과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 등이 쌍용차 사태 등에서 불거진 용역업체 폭력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발의한 개정 경비업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우선 이 회장에게 개정 경비업법이 왜 문제인지를 물었다.

 “개정 경비업법은 ‘사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경비원 배치 후 2개월 안에 4일간 교육을 받는 ‘사후교육’ 방식이었다. 경비원들이 취업 후 쉬는 날 등을 이용해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현장에 배치되기 전에 교육을 받아야 한다.”

 - 사전교육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

 “경찰청에서 지정한 경비원 신임교육기관이 전국 55개밖에 없다. 교육기관과 일정이 안 맞으면 제때 교육을 받을 수도 없다. 그나마도 15개가 서울에 몰려 있고, 전남엔 아예 없다. 경비원교육은 경비업체에 취업이 된 사람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이 사비로 교육을 받을 수도 없다. 법이 경비원 취업을 막고 있는 것이다.”

 - 사람을 뽑은 뒤 교육을 시키면 되지 않나.

 “사전 교육 시스템이 가능해지려면 경비업체가 필요인력의 2배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교육·배치에 최소 30여 일이 걸리고 중간에 그만두는 인력도 많다. 업체 대부분이 영세해 추가 임금을 부담할 여력이 없다. 경비 현장에 급하게 사람을 투입하려 해도 한 달이 걸린다는 얘긴데 하루라도 공백이 생기면 을(乙)의 입장인 우리는 바로 계약해지를 당한다. 신규 경비원 취업이 불가능하고 업체도 사람을 뽑지 못하는 상태다.”

 - 집단민원 현장의 폭력 시비나 불법 경비원 배치 문제를 왜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나.

 “약 4200개의 경비업체 중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곳은 10개도 안 된다. 대부분은 일반 빌딩이나 아파트 등 시설경비를 주로 한다. 소수의 문제로 전체를 매도해서야 되느냐. 불법을 저지를 경우 회원사에서 제명시키고 있다. 집단민원 현장에 배치되는 경비원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일반 아파트·상가·빌딩 등에 파견되는 경비원들에 대한 규제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 아예 경비업체가 집단민원 현장에 가지 못하게 법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

 - 이미 경비 교육을 받은 사람이 34만 명에 달한다는데.

 “자격증만 따놓고 타업종에서 일하거나 은퇴한 사람들이 많다. 예컨대 20대 이하 교육수료자는 12만3582명인데 이들 중 실제 경비업에 종사한 인원은 2만3074명에 불과하다. 전체 34만6972명 가운데 현재 현장에 배치된 경비원 15만1741명을 빼면 나머지는 타업종으로 이직했거나 퇴직한 사람들로 보면 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오는 28일 개정 경비업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후에도 공청회를 여는 등 경비업법이 다시 개정될 때까지 협회의 의견을 국회와 국민께 전달할 것이다.”

글=채승기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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