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들 "빵해결"이 가장 큰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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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무대리뷰』지서 조사>
막이 오른 무대는 화려하기만하다. 관객들의 갈채가 있고 연기자들의 생기넘치는 연기가 무대를 열기로 채운다.
그러나 이것뿐. 한국연극의 현실은 무대와 같이 화려하기만 한것은 아니다. 한국연극의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최근 한 조사(「무대리뷰」창간호)가 밝힌 한국연극의 문제점은 연극인들은 물론, 연극을 아끼는 팬들에게도 큰 관심거리다.
특히 이 조사는 연기·연출·기획·제작등 연극일선에서 종사하는 연극인들이 스스로 밝힌 문제점들이라 더욱 심각하며 그실감을 더해준다.
이번 조사의 요점은 ⓛ현재 우리 연극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며 ②연극인으로서의 생활에 만족하는가,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등 두가지로 대별된다.
이번 조사에 응한 63명의 연극인 가운데 42명이 경제적 빈곤을 연극발전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았다.
연극이 재정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예술적으로 밀도짙은 연극을 만들수 없고, 희곡작가에 대한 극만의 지원이 없으니 창작희곡은 빈곤해지며 이로인해 결국 저질작품이 범람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밖에 연극인의 자질, 기획빈곤, 당국의 연극정책, 극장부족, 극단난립도 연극계의 큰 문제점으로 연극인들은 진단했다.
현재 우리나라 연극계엔 전문연극인이 부족할뿐더러 연극인으로서의 확고한 직업의식도 부족하다고 연극인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이것도 결국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극단이 유능한 인물을 확보하지 못할뿐 아니라 전문연극인 양성은 꿈도 못꾼다는 얘기다. 극만 「춘추」의 박진수씨(연기)는 『정책적인 지원이 있거나 후원단체가 있어 연극인을 도울수 있다면 좀더 나은 예술작업을 할수 있을것』이라고했다.
치밀한 기획없이 단숨에 관객을 끌어 보자는 졸속·저질·인기영합의 연극도 결국은 관객을 쫓은 행위라고 했다. 연극은 설계와 같은 작업이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획과 연출및 연기연습을 쌓은뒤에 무대위에 올려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연극이 관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조사에 응한 63명가운데 9명이 당국의 연극정책을 거론했다.
한편의 작품을 공연하기까지 『문공부·시청·구청·동회·관할경찰서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하며』(김정택·서라벌소극장장), 『포스터부착·대본심의완화』(남상백·연기)도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공연법상 인원구성에 관한 규제를 풀어 단체공연만의 허용을 벗어나 개인이나 프러듀서시스팀으로도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수있게 해야할것』(추송웅· 연기)이라고도 했다.
연극인으로서의 생활에 대해선 대부분이 긍지와 보람으로 연극활동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능원씨(극단76·연출·극작)는 『이러한 이들의 자세는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연극의 명맥을 유지할수있는 한줄의 빛구실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가장 괴로운 것은 역시 생활난. 이희덕씨(창고극장·연기)는 『공연중일 때는 자신을 잊고 연극에 몰두할수 있지만 작품이 끝난뒤 다음 공연까지의 공백기에 겪는 어려움과 고독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하고있다.
경제적인 고통과 함께 불규칙적인 생활리듬도 실생활에서 극복하기 힘든 문제점이라고 했다. 자신은 연극이 좋아 연극에 몰두하지만 가족과의 융화가 어려운점의 하나라는것이다. <김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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