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방콕 축구장서 남북팀 단장 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방콕11일=연합】 한국이 88년 올림픽을 유치한 후 처음으로 스포츠의 남북대결이 벌어지는 14회킹즈컵 축구대회의 개막일인 9일 남북한축구팀의 두 단장은 이례적으로 본부석에 나란히 앉아 입장식을 관람했다.
윤태균단장은 개막식에 이어 시각된 타이A팀-싱가포르팀의 첫 경기를 지켜보면서 김일성배지를 단 북한팀 단장 강덕준과 한시간 이상의 대화를 나눴다.
윤단장과 강덕준의 대화내용은 다음과 같다.
윤 = 고생이 많겠다.
강 = 어느 팀인가.
윤 = 한국팀 단장이다. 팀을 이끌고 와 고생스럽거나 어려운 일은 없는가.
강 = 먹는것 자는것 다 편하다.
윤 = 우리는 한국사람이 경영하는 호텔에 투숙, 불편이 없다. 김치가 있는가.
강 = 조금도 염려말라. 직책이 뭔가.
윤 = 축구협회 운영이사다. 당신은.
강 = 체육지도위원회 서기국 운영위원장이다.
윤 = 요즘 이북은 추운가.
강 = 우리 소식을 잘 모르는가.
윤 = 항상 막아놓고 있으니 추운지 더운지 생활이 어떤지 알 수 있겠는가. 나이는 몇인가.
강 = 45세다.
윤 = 나는 50이니 형님뻘이다. 88년 올림픽 때는 남북이 단일팀으로 나가면 어떻겠는가.우리 전대통령께서 순수 스포츠교류 등을 이미 제의하지 않았는가. 김일성 다음은 누가 되는가.
강 = 김정일이 된다.
윤 = 당신들은 어떻게 조상을 모시는가.
강 = 조상이 남겨준 것이 뭐 있는가.
윤 = 5천 년의 역사를 모르는가. 선조들이 물려준 저 태극기와 우리의 역사를(이 때 스타디움의 태극기 하강).
강 = (침묵)
윤 = 당신팀을 서울로 초청하고 싶은데 오겠는가, 아니면 우리가 가도 좋다. 북한팀에 식사를 한번 대접하고싶다.
강 = 대표부(방콕주재북한무역대표부)에 물어보고….
강은 사진기자들이 앞에 올 때마다 자세를 바꾸면서 부자연스러운 동작을 취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