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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25시 외국의 경우<10>프랑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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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찰전쟁』이란 영화가 있다. 지난해 파리에서 개봉돼 인기를 모았던 이 프랑스영화는한 범죄조직 소탕을 둘러싼 경찰조직간의 치열한 암투를 그렸었다.
남보다 앞서 범인을 검거해야한다는 공명심으로 수사반 간에 상상을 넘는 경쟁이 계속되기도 하고, 간혹 피를 부르는 「전쟁」으로까지 확대된다는게 줄거리다.
얼마간은 파장됐을지도 모르는 영화지만 프랑스신문들의 사회면에 가끔 『경찰전쟁』이란단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마냥 허구만은 아닌 듯도 싶다.
범인체포 "경찰전쟁"
국민의 생명과 재산, 사힉회 안녕과 질서를 유지해야하는 경찰이 범죄인 체포라는 가장 기본적인 업무에 누구보다 앞서려는 「열성」은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지만 열성이 공명심에 바탕을 둔다면 그 과정에서 선량한 시민이 뜻밖의 피해를 보거나 애꿎은 동료끼리 피를 흘릴 수도 있다는 게 이 영화의 교훈이었다.
지난해 1년동안 공무집햅 중 사망한 경찰관이 12명이나 되며 이 가운데 3, 4명은 동료경찰관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물론 이 경우 서로 극비수사를 편 탓으로 상대방을 범죄조직으로 오인해 일어난 사고이긴 하다. 프랑스의 경찰조직은 약간 복잡하다.
국립경찰은 우선 행정과 특수업무부문으로 대별되는데 인사관리와 교육 기술지원을 맡은 2개의 중앙행정국이 이 행정업무를 통괄하고 있다.
행정업무 이외의 경찰업무는 9개의 각자 독립된 특수기관이 관장하며 ⓛ수사지휘와 수사요원훈련(수사총국) ②공공도로 및 거리질서유지(도시경찰중앙본부) ③질서유지기동대(안전관리본부) ④범죄수사 및 사법권행사(사법경찰센터) ⑤정치·경제·사회분야 정보수집과 여론조사(정보국) ⑥방첩활동(국토감시국) ⑦철도 및 항공사고조사와 여행자관리(국경경비대) ⑧대통령과 내의요인경호(경호본부) ⑨외국경찰 위탁교육담당(국제기술협력국)으로 나누어져있다.
국립경경찰의 인력은 지난해 말 기준 11만1백65명이며 정복경찰관이 8만1천7백94명, 사복근무자가 1만9전6백30명이다.
군대조직 같은 기동대
이밖에 행정요원 8천2백30명, 잡급직 1백80명, 청원경찰 3백31명이 포함된다. 여경도 서장급이 19명, 사복형사 3백83명, 정복경찰 2백30명, 취조요원 2백62명이 있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프랑스경찰을 말할 때 다소는 군대성격을 갖지만 군대와 비슷한 특수조직인 「기동대」를 빼놓을 수 없다.
군사시설의 보호경비와 도로 및 교통안전관리, 공공질서유지를 위한 데모진압과 예방 등을 주요임무로 하는 이 기동대는 군대식으로 편성돼 있고 병력은 사관급이 2천3백36명, 하사관급이 7만3천2백2명으로 국립경찰만큼이나 큰 조직.
이들과 함께 2만여명의 지방경찰인력까지를 감안하면 인구 5천3백만명의 프랑스에서 경찰관 1명이 관할하는 주민 수는 약2백50명으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시도 경찰인력은 풍부한 셈이다.
하지만 날로 늘어나는 각종 범죄와 그 지능화에 적절히 대처하는데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그래도 시민은 불안"
파리의 경우 1년에 약 5만 건의 주택침입 절도강도사건, 약 4만대의 승용차 도난사건과 함께 요즘 급격히 증가하는 지하철역 구내의 각종범죄, 꼬리를 무는 테러사건 등으로 파리경시청 2만9천명의 경찰관이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어려움을 반영하는 듯이 최근의 한 여론조사는 프랑스국민의 81%가 각종 범죄가 늘고있다고 보며 40%이상이 밤길걷기를 두려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정부기관에서도 각종 범죄증가율이 매년 8.3%나 된다면서 경찰관모집과 교육훈련제도의 개선이 시급히 요망된다고 보고서에서 주장하고 있을 정도다.
프랑스경찰의 처우는 비교적 괜찮은 편이지만 다른 직종에 비해서는 여전히 떨어진다. 근무연수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경찰서장 급의 한달 봉급은 1만3천8백10프랑(약 1백70만원)이며 간부급이 7천∼8천5백프랑(약 87만∼1백만원), 그 이하의 정사복경찰관들은 직급에 따라 5천7백∼6천4백프랑(약70만∼80만원) 수준이다.
프랑스경찰은 취조 중에 용의자를 때리거나 도망가려고 하는 범인에게 권총을 빼거나 하는 일만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발포는 야간이라 하더라도 상급책임자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민여론 67%가 만족
간혹 운전면허시험에서의 부정이라든가 취재기자에 대한 폭행의 물의를 빚기도 하지만 민중의 지팡이 구실을 잘 해내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 군중집회 때와 조조의 시위, 외국요인방문 때의 경찰의 과잉제지로 일어난 불상사였지만 지난해 4∼5월 두달새 18명의 기자가 경찰에 폭행당해 부상한 일이 있어 기자협회의 합의를 받고 절절 맨 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정확하다는 프랑스의 여론조사결과를 그대로 믿는다면 프랑스국민들의 경찰에 대한 반응은 「만족」이 67%다(80년 IFOP 조사).
이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71%가 프랑스경찰기능이 양호한 것으로 보며 21%가 무능하다고 주장했다. <끝><파리=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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