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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날씨가 추워지면 한국인들은 땔감과 김장적정부터 한다.
올겨울 김장값은 5인 가정 기준으로 10만원쯤 들것이라고 한다.
배추 한포기에 3백원씩 60포기를 담그는 경우다.
한국인들이 언제부터 지금과 같은 김장을 담가 먹었을까. 몇년전 부터라고 어림잡아 대답하면 틀린 얘기다.
우선 김치 양념으로는 절대로 빼놓울 수 없는 고추가 임진왜란을 전후해서 우리나라에 보급된 것이다.
결국 지금과 같은 맛을 내는 김치는 기껏해야 4백 여년전부터 우리 식탁에 오르게된 것이다.
그러나 정도전의 삼봉집이나 이조실록에 보면 요물고나 심장고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김장을 저장하는 곳간이었다.
김장은 벌써 고려시대부터 담근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고추가 보급되기 이전의 고려김장은 어떻게 담근 것일까. 소금이나 마늘, 또는 생강만을 향신료로 썼다. 어떤 학기는 비록 고려때부터 심채 (김치)란 말이 나오나『소금을 뿌린 채소에다 마늘 같은 향신료를 재워』김장을 담갔다고도 설명한다.
이처럼 질박했넌 김장이 세월을 거듭할수록 화려해져 지금은 배추와 무우의 원재료에 고추·마늘·생강의 향신료, 거기에 파·미나리·갓·오이, 요즘은 홍당무까지의 부재가 더해진다. 그뿐인가, 배·갓 같은 향과가 첨가돼 혀를 놀라게 해주고 정작 배추를 시게 하는, 다시 말해 발효를 촉진하는 젓갈의 종류에 있어선 놀랄 지경이다.
흔히 첨가되는 것만도 새우젓, 굴젓, 조개젓, 창란젓, 골뚜기젓, 소라젓, 멸치젓, 곤쟁이젓….이루 헤아릴 수 없다.
우리 고유의 식단으로 이처럼 맛과 종류에 있어서 놀라운 발전을 가져온 식품도 드물다. 중국도 김치 비슷한 것으로 엄채, 함채가 있으나 매우 짜고 신것이 특징이고 일본에도 소물 (쓰께모노)가 있으나 절인 맛이 날뿐 도저히 김치의 신선하고 오묘한 맛은 따라오지 못한다. 오늘날 각 가정에서 부식으로의 김장 비중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왠 일일까. 단맛이 도는 음식이 많아진 탓도 있으나 김치를 맛있게 담글 줄 아는 여성들이 줄어드는 데도 그 원인이 있다.
통김치·보쌈김치·비늘김치·동치미·나박김치·갓김치·장김치·박김치·깍두기 등등을 제대로 담글 줄 아는 여성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우선 교과서를 보아도 김치재료의 영양평가는 있어도 그 기본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부분은 없다.
그야말로 국적 없은 식단의 교육에도 김치맛을 떨어뜨리는 한 원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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