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도율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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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계속되는 자금난으로 굵직굵직한 대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한동안 뜸하던 은행장실도 부도를 막아달라는 기업주들로 붐비고 있다.『9월 이후 기업의 자금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급한대로 외국에서 빌어 쓰고 있는 단기금융부터 갚아주고, 부도난다고 매달리는 기업들을 챙기다보면 절반도 못가서 돈은 바닥이 납니다. 돈은 그전 수준대로 풀리는데 달라는 기업들이 부쩍 늘어나니 모자랄 수밖에 없지요.』모시중은행장의 고백이다.
얼마전 H그룹의 경우, 대규모의 대환이 이루어졌고 최근 수출의 부진으로 종합상사들도 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시중자금사정을 가장 민감하게 나타내주는 수출금융의 실적을 봐도 10월 들어서 오히려 전달보다 16억원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대기업들은 최근의 원리금상환유예조치도 있고해서 좀 나은 편이다.
차례가 미처 돌아오지 않는 중소기업들의 경우는 부도를 내고 도산하는 일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10월중 서울지역의 부도율을 보면 금액기준으로는 전달과 같은 수준이지만 건수로는 0.08%에서 0.1%로 뛰어올랐다.
중소기업의 소액부도가 증가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서울어음교환소 집계에 따르면 10월중에 기업 77개, 개인 1백35명으로 전체 부도건수는 2백12개에 달한다.
9월중의 1백55개에 비하면 무려 36.8%가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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