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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호재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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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증권사들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5% 성장은 물건너갔다는 전망이다.

JP모건증권은 23일 성장률 전망치를 4%에서 3.5%로 낮췄다. 삼성증권도 3.6%이던 전망치를 3.4%로 내렸고, 현대증권과 크레디리요네증권도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7%에 그친 가운데 건설 투자 위축과 수출 둔화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거시경제 흐름을 감안하면 주가지수가 한달여 만에 950선에 오른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추가적인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보기술(IT) 경기회복이나 설비투자의 증가 등 증시의 큰 흐름을 바꿀만한 확실한 호재를 차분히 기다리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완만한 경기 회복=주이환 푸르덴셜증권 연구위원은 "내수가 회복될 때까지 수출이 버텨줄 것이란 기대가 어긋나고 있다"며 "설비투자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고용.소비 회복에 대해서도 조심스런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지원 JP모건 이사는 "올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좋아지더라도 상승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이라며 "정부가 추경 예산 편성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씨티글로벌마켓(CGM) 증권의 유동원 상무는 "2분기 성장률은 더 떨어지고 기업 실적도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성급한 투자 경계=국제 유가 하락과 미국의 인플레 압력 완화 등 대외 여건은 다소 좋아졌지만, 국내 경기 및 기업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 증시의 본격 회복은 힘겨울 수 있다. 양경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960 이상으로 오르면 차익을 실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동원 CGM 상무도 단기적으로 950을 지수 고점으로 꼽으며 차익 실현을 주문했다.

기관투자자가 최근 닷새째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으나 증시의 큰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김무경 대투증권 연구원은 "펀드 판매 증가로 투신권에서 추가로 9000억~1조5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할 여력이 있다"며 "이는 주가 하락을 버텨주는 수준은 되겠지만 본격적으로 상승을 이끌 정도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다시 기회가 왔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장기로 투자를 할 요량이라면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주식 비중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갈만 하다는 견해가 제시된다. 우리투자증권은 향후 1년간 지수 목표를 1030에서 1140으로 상향 조정했다.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북핵 문제와 위안화 절상 가능성에 따른 위험은 하반기로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며 "조정기를 우량주를 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대만 주식은 사고 한국 주식을 팔던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 형태가 일단락되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 IT주의 움직임이 향후 주가 흐름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여건의 개선과 안정적 수급 등으로 하방 지지선을 확보하겠지만, 국내 경기 부진과 기업 실적 악화로 상승 저항도 거세 증시는 다시 답답한 박스권 등락을 거듭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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