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다시 떠오른 미녀새 임은지 "아버지 덕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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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녀새가 다시 높이 날았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임은지(25·구미시청)는 지난달 30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에서 4m15㎝를 뛰어 동메달을 땄다. 한국 선수로는 이 종목 첫 아시안게임 메달이었다. 예쁜 외모에 늘씬한 몸매와 탄탄한 복근도 부각돼 경기 다음날인 1일까지 주요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임은지는 1일 "실시간 검색어에 내 이름이 올라온 것만으로도 기분 좋다. 얼굴이 예쁘다는 생각을 안 해봤고 특별히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도 아니었다.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몸둘 바를 몰라했다. 식스팩 복근에 대해 임은지는 "장대높이뛰기를 하기 전에는 복근이 없었다. 몸 전체를 강화하는 기본 훈련을 잘 따라 하면서 복근이 생겼다. 다른 선수들도 다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은지는 굴곡이 심한 선수 생활을 보냈다. 초등학교 5학년에 육상을 시작해 중·고교 시절 100m·높이뛰기·육상 7종 경기 선수를 했던 그는 실업팀 부산 연제구청에 입단한 2008년 2월 장대높이뛰기로 전향했다. "처음 뛰었을 때 무섭지도 않고 정말 재미있었다"던 임은지는 입문 1년여 만인 2009년 세 차례나 한국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그러나 상승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09년 8월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을 준비하다 왼 발목을 다친 임은지는 2010년 7월 치료 목적으로 복용한 약물 때문에 도핑 양성 판정을 받고 3개월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임은지는 "당시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전화로 도핑 관련한 얘기를 듣고 한시간동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너무 힘든 시간이었고, 운동을 그만두려고 했다"고 말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나서지 못했고, 한국 최고 기록은 '라이벌' 최윤희(28·LH공사·4m41㎝)가 지난 2012년 깼다.

방황하던 시기에 임은지는 가족의 힘으로 다시 이를 악물었다. 아버지 임채관(64) 씨는 진심어린 조언으로 딸의 마음을 붙잡았다. 임은지는 "아버지가 흔들리는 나를 보고 '지금 와서 꿈도 못 이루고 접는 건 아쉽지 않냐'고 하셨다.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운동 선수로서 결과로 모든 걸 보여주라는 말에 독기를 품었다"고 말했다. 장대를 계속 잡아 손바닥에 굳은 살이 터지고 발목이 아팠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대만오픈에서 3년여 만에 4m20㎝를 뛴 임은지는 지난 8월 아시안게임 대표로 최종 선발됐다.

임은지의 다음 목표는 내년 베이징 세계선수권 출전이다. 임은지는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후회하지 않고 뛰었다. 수영의 박태환, 피겨의 김연아처럼 한국 육상을 알리는 대표적인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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