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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보은인사' 고민하는 조희연 교육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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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김기환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회룡
김회룡 기자 중앙일보 차장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조희연 교육감께서 대규모 조직 개편에 착수했다는 소식 때문이지요. ‘진보 논객’으로 꼽히는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육학과 교수(단장), 진보 성향 연구소인 미래와균형의 김현국 소장(부단장) 등 외부·진보 인사가 조직개편단의 주축입니다. 이들이 진보 성향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취임준비위원을 맡은 공통점을 두고 “조 교육감이 ‘곽노현 시즌2’를 기획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조 교육감께서 지난달 초 공약 추진을 위해 출범시킨 ‘혁신미래교육추진단(미래추진단)’을 두고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위원 113명 대부분이 진보 인사인 데다 참여 교사 70명 중 80% 이상이 전교조 소속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말입니다. 이를 두고선 “전교조의 지지를 업고 당선된 조 교육감의 ‘보은(報恩)인사’”란 지적이 나왔습니다.

 선거에서 이긴 교육감이 자기 사람을 쓰는 걸 탓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문성·경험을 갖춘 인물인지, 구성원의 공감을 얻는 인사인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조직개편단은 교육 행정 실무 경력이 없는 외부 인사가 주축이고, 미래추진단은 시교육청 관내 초·중·고 교사 중 9.4%에 불과한 전교조 조합원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사가 투명하지 않은 건 더 큰 문제입니다. 교육감께선 “내부 직원들에겐 추진 계획을 공지했다”고 해명했지만 모르는 직원이 대다수이고, 언론에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교육감 동정이나 시교육청의 사소한 일정까지 보도자료를 통해 소개하는 시교육청의 평소 업무 태도와 사뭇 다릅니다.

 선거를 치르면 ‘사람 빚’을 지기 마련입니다. 막판 혼전 속에 당선된 조 교육감으로선 도움을 준 이들이 더욱 고맙고, 한편으론 짐스러울 겁니다. 교육청 주변엔 “조 교육감을 당선시킨 건 내 덕이다”며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자칭 ‘1등 공신’들이 많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래서 교육감 스스로 고민이 깊다고 들었습니다. 미래추진단원들이 당초 “추진단을 6개월은 끌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교육감께선 “2개월이면 충분하다”고 해 운영 기간을 줄였다지요. 자율형사립고 폐지를 반대하는 학부모와의 면담에선 “나도 전교조 때문에 중간에서 힘들다”고 털어놨습니다.

 보은인사에 따른 책임은 온전히 인사권을 쥔 교육감의 몫입니다. 취임 100일을 앞두고 가장 경계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조 교육감 스스로 “곽 전 교육감의 인사 파행 사례를 경계한다”고 한 만큼 이제는 은혜 갚기보다 공감을 얻는 투명한 인사를 통해 공약을 실천할 때입니다. 이 편지가 조 교육감이 인사 고민을 끊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