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전담병원 지정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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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국내 확산에 대비해 전담 격리병원을 지정하려던 정부 계획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국립보건원과 서울시는 지난 22일 동대문구 용두동 시립동부병원을 사스 전담 격리병원으로 지정하기로 결정하고 24일부터 일반 입원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뒤늦게 지정 사실을 알게 된 인근 주민 5백여명이 24일 오후부터 병원 앞에서 차량 출입을 막고 밤샘 시위를 벌이자 서울시는 25일 오전 이명박 시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격리병원 지정 계획을 유보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유보 방침에 여전히 반발하며 25일 오전 10시부터 병원 앞 왕복 4차로를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병원 정문과 주차장 출입구도 봉쇄했다.

'동부병원 사스 전담병원 지정 철회를 위한 대책위원회' 김덕묵(38.회사원)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철회 각서를 받기 전에는 철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동부병원에서 30여m 떨어진 용두초등학교는 25일 전교생 1천45명 중 4백91명만 등교해 정상 수업이 이뤄지지 않자 오전 11시 학생들을 모두 귀가시켰다.

이에 대해 김문식 국립보건원장은 "전담 격리병원을 지정할 수 없게 되면 현재 전국적으로 13개 병원에 지정된 26개 격리병상을 2백여개 병상으로 늘리는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격리병원 내 일반 입원환자들의 2차감염을 막기 위한 효율적인 관리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박민수 서울시 보건과장은 "현재 상황으로서는 시내 어느 병원도 전담병원으로 지정하기 어렵게 됐다"며 "군(軍)병원을 전담병원으로 지정하도록 보건복지부에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영.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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