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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바뀐 방통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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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지상파 편향적인 광고 정책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구 용역 및 이해당사자 의견수렴→결과 검토→정책 결정 → 공청회→입법’이란 통상적인 정부 정책 프로세스를 거스르면서까지 지상파 총량제 도입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8월 4일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추진키로 했고 현재 시행령 개정만을 남긴 상태다. 원칙대로라면 허용 전에 예상되는 파급력에 관한 연구와 이해당사자 의견 수렴을 거쳤어야 한다. 그런데 지상파 편향이라는 비판이 커지자 지난달 중순 뒤늦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지상파 총량제의 파급력을 예측하는 용역을 의뢰했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이 용역을 맡은 것도 문제로 떠오른다.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KISDI가 방통위 결정을 뒤집는 결과를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방통위 자문기구인 ‘광고균형발전위원회’(균발위)도 지상파 총량제 도입을 건의하면서, 그 근거로 지상파 광고를 판매하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자료만을 인용해 편파 논란이 일었다.

 시청자 복지 저하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국방송학회는 3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시장 진단과 규제기관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지상파 총량제 허용은 중간광고 도입을 위한 전초전 성격이고 시청권 침해”라며 “일부 선진국 지상파가 한다고 따라 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업계와 학계·시청자까지 포함해 총체적인 검토를 다시 거친 뒤 법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동의를 받지 못한 정책 추진은 위험하단 얘기다.

 한편 국회와의 엇박자도 논란이다. 새누리당 홍문종 미방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상파 총량제 파급력이 연간 376억원에 불과하다는 방통위 시각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방통위 재량 사항이지만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반드시 국회에 사전 보고하고 점검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봉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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