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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빗나간 예산안 … 국세수입 3년 내리 구멍날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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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내년 국세수입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

 “‘선수’라면 누구나 내년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안다. 정부 스스로도 잘 알 거다.”(전성인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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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지난 18일 내놓은 내년도 국세수입 예산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논란의 핵심은 221조5000억원이라는 예상치를 달성할 수 있느냐의 여부. 내년 연말 판가름날 사안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4년 연속 세수결손’ 사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세수결손의 구조화’가 본격화해 ‘재정적자의 구조화’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세는 총세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의 핵심 재원이다. 소득세·법인세·부가세 등 국세청이 거둬들이는 각종 세수와 관세청의 관세, 지방자치단체의 농어촌특별세와 교육세 등이 국세를 구성한다. 국세수입 예산안은 정부가 이듬해 예산을 짜면서 설정한 국세징수실적 예상치다. 최근까지는 국세수입 실적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별 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시작된 것은 2012년. 정부가 설정한 국세 예상치는 205조8000억원이었지만 실제 징수액은 203조원에 그쳐 2조8000억원이 부족했다. 이듬해에는 오차가 더욱 커졌다. 예산안은 210조4000억원이었지만 연말 국고에 들어온 국세는 201조9000억원이었다. 8조5000억원의 결손이 발생한 것이다.

 올해 예산안 편성 때 잡았던 세수액인 216조5000억원도 이미 물건너간 분위기다. 기재부의 ‘9월 재정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 1~7월 국세 징수액은 올해 예상치의 57.5%로 지난해 같은 기간(58.3%)보다 떨어졌다. 방문규 차관도 내년 예산안 발표 자리에서 “올해도 세수 목표치에 8조~9조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3년 연속 세수결손’이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경기불황으로 인한 세수 감소다. 지난해 법인세(-4.5%), 양도소득세(-10.7%), 증권거래세(-16.4%) 등 주요 세수가 감소했고 최대 세수인 부가가치세도 0.5% 증가에 그쳤다. 저물가도 악영향을 미쳤다. 세수는 물가상승률과 실질성장률을 더한 경상(명목)성장률에 연동해 증감되는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2개월째 1%대에 머물다 보니 세수가 예상보다 낮았다는 얘기다. 원화강세 현상도 원화로 환산되는 수입물품의 단가를 낮춰 부가가치세와 관세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부도 애초부터 국세 예산안을 부풀려 잡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 해만 예상치가 빗나가도 관련자들이 줄사표를 내야 했다”고 말했다. 3년 연속 예상치 설정 실패, 매년 10조원 안팎의 오차액 발생이라는 결과는 낙제점에 가깝다.

 지난해의 경우 공식 오차액은 8조5000억원이지만 실질적인 오차액은 14조원이 넘는다. 정부의 예상치 210조8000억원은 추경 편성 때 줄어든 것이고 원래 예상치는 216조원이었기 때문이다. 내년 예상치에 대해서도 정부는 “충분히 달성가능한 수치”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대 산정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정부는 올해 예상치보다 5조원 증가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올해 국세 실적이 207조원 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제로는 14조원이나 느는 셈”이라며 “예상치가 과대 산정돼 있어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교수는 “써야 할 돈은 많은데 일일이 국채를 발행해 충당하려면 국회의 간섭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의도적으로 예상치를 늘린 것”이라 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올해부터 2018년까지 매년 평균 5.9%씩 국세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해 “지나친 장밋빛 전망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전 교수는 “국회가 총선(2016년4월 예정) 정국이 되기 전에 증세와 재정적자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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