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의 반쪽, 훈련파트너는 연금술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이대훈(오른쪽·22·태권도 63㎏급)과 파트너인 용인대 동기 조원용(22). [신인섭 기자]

빛과 그림자는 공존한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스포츠 스타들이 빛이라면 이들을 뒤에서 돕는 사람들, 이른바 훈련 파트너는 그림자다. 선수의 영광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언젠가 내게도 스포트라이트가 비출 것’이라는 희망이 이들을 버티게 하는 힘이다.

 태권도 63kg급 조원용(22·용인대)은 무명 선수다. 여러 대회에서 입상도 했지만 사람들은 그를 잘 모른다. “태권도 국가대표 1진 이대훈(22·용인대)과 함께 훈련한다”고 설명해도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조원용은 이대훈의 대학 동기다. 후배와 함께 운동하는 여느 선수들과 달리 이대훈은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는 친구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훈련할 때 조원용은 팔방미인이 된다. 외국 선수들의 경기 스타일을 연구하고, 늘 강도 높게 훈련하는 이대훈이 다치지 않도록 수위 조절을 하는 역할도 맡는다. 발차기용 미트를 잡아줄 땐 “30초 남았어. 밀리면 안 돼!” 등을 외치며 실제 상황을 접목하려고 애쓴다. 26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조원용은 “생사고락을 함께한 대훈이가 금메달을 따면 내가 딴 것만큼이나 행복할 것 같다. 긴장되지만,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했다. 이대훈은 다음 달 2일 남자 63kg급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김재범(왼쪽·29·유도)과 동지고 후배 이정민(24).

 유도 81kg급 최강자 김재범(29·한국마사회)의 훈련을 도운 이정민(24·용인시청)은 김재범의 포항 동지고 5년 후배다. 그는 지난 석 달간 함께 지낸 김재범을 ‘미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운동도, 휴식도, 노는 것도 열정적으로 한다는 의미다. 그는 “재범 형의 부상(손가락 인대 파열)을 알았기에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그래도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기어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고 말했다.

 훈련은 토론과 함께 이뤄졌다. ‘이 자세에서는 기술이 어떻게 들어가야 가장 효과적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수시로 머리를 맞댔다. 이정민은 “함께 훈련하면서 많이 배웠다”면서 “지금 내게 김재범은 하늘 같은 존재지만, 언젠가 그 자리를 내가 물려받겠다는 꿈이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복싱은 대표팀 2진이 자동적으로 파트너가 된다. 2012 런던 올림픽 60㎏급 은메달리스트 한순철(30·서울시청)은 경쟁자 임현석(19·대전대)과 훈련했다. 형 임현철(19)과 쌍둥이 선수로 유명한 임현석은 한순철과 대표 선발전에서 1승1패로 선전했지만 간발의 차로 대표 발탁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박칠성(오른쪽·32·경보)과 소속팀 후배 강길동(23).

 임현석은 “훈련이 힘들 때 나는 그저 ‘버티자’고만 생각했는데, 즐기면서 운동하는 순철 형을 보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순철이 이번 대회 8강에서 탈락했지만, 바통은 임현석이 이어받는다. 임현석은 “2년 뒤 올림픽에서는 꼭 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말했다.

 투기 종목과 달리 기록 경쟁 종목은 파트너의 역할도, 훈련 방법도 다르다. 경보 간판 박칠성(32·삼성전자)을 도운 소속팀 후배 강길동(23)은 선배가 레이스 내내 일정한 기량을 유지하도록 돕는 데 집중했다. 50㎞를 걷는 박칠성이 홀로 20㎞쯤 걷고 난 뒤 지칠 때쯤 파트너로 합류해 페이스 조절을 도왔다. 강길동은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니 형과 동화되는 기분”이라며 “함께 훈련하며 배운 것들을 하루빨리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글=송지훈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