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가쟁명:유주열] 스타벅스(星巴克) 커피 하우스

중앙일보

입력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커피 소비가 늘고 있다. 특히 커피 하우스의 대명사 “스타벅스”는 중국에 2000개 가까운 매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통을 중시하는 중국인은 커피보다 자국 산의 모리화차(茉莉花茶 자스민)를 더 마시기를 좋아한다. 한 때 중국인의 자존심인 고궁(紫禁城)에 스타벅스가 입점(入店)하였으나 따가운 여론에 밀려 철수하였다.

1999년 서울에 처음 선보인 스타벅스는 이미 600여개의 매점이 생겨났다. 서울 인사동에 스타벅스가 입점할 때 전통을 중시하는 인사동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자 “스타벅스 커피”라는 한글간판을 내거는 조건으로 양해되었다고 한다. 스타벅스의 해외점 가운데 유일한 현지어 간판이다.

1971년 시애틀에서 제1호점을 낸 스타벅스가 65개국에 진출하여 거대한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스타벅스는 본래 시애틀의 역사 문학 등 인문학을 전공한 선생님들이 동업하여 창업한 기업이다. 상호도 문학작품 허먼 멜빌의 “백경(白鯨 Moby Dick)”의 일등항해사 "스타벅(Starbuck)"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차(茶)의 나라 중국에 커피가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19세기 말 프랑스 예수회 선교사들에 의해서였다. 프랑스 선교사들은 토양과 기후가 적합한 윈난(雲南)성에 처음으로 커피나무를 심었다. 중국에서는 프랑스어 “카페”에 한자(漢子)의 음을 붙여 “카페이(??)”라고 부르고 있다. 조선조 말 고종이 즐겨 마셨다는“가비차” “가배차”는 한자 가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커피는 원래 아랍지역이 원산지로 이곳을 지배하고 있던 오스만 터키 군(軍)에 의해 유럽에 알려졌다. 1570년 지금의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포위하고 있던 터키 군이 물러나고 그들이 주둔했던 막사에서 검은 콩알 같은 커피 원두가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몰랐으나 터키에 여행했던 사람이 커피의 원두임을 알아냈다고 한다. 유럽에서의 커피는 비엔나에서 처음 맛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커피는 “이슬람교도의 술(酒)”이라는 재미있는 별명으로 이태리 와 프랑스를 거쳐 전 유럽에 보급되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예멘 등 아라비아 반도에서 자라고 있는 커피나무를 비슷한 기후의 자국 식민지에 재배하였는데 카리브 연안 및 아이보리코스트 등 프랑스 식민지에서 재배한 커피는 성공하였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스리랑카(세일론)에 심은 커피가 현지 풍토병으로 모두 말라 죽자 커피 농장을 포기하고 부득이 차(茶)나무를 심었다.

그 후 영국인은 애국(愛國)하는 마음에서 프랑스산의 커피를 기피하고 자신들의 식민지에서 공급되는 차(茶)를 즐겨 마시고 고급스러운 음차문화를 발전시켰다.

이러한 배경으로 "커피는 프랑스, 차(茶)는 영국(French coffee, English tea) “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프랑스에서 커피가 인기가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프랑스가 낙농(농업) 대국으로 풍부한 우유가 공급되어 저질의 커피라도 카페오레(Cafe au lait)로 맛있게 마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은 아메리카 식민지에 고액의 세금을 붙여 차를 수출하여 1773년 보스턴 차사건을 유발, 독립전쟁에 불을 붙이게 된다. 1776년 독립한 미국은 영국산 차보다 프랑스산 커피를 좋아하게 되어 지금은 커피가 미국인 음료의 대명사가 되었다.

스타벅스의 로고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님프 “세이렌”(Seiren)이라고 한다. 인어(人魚 mermaid)와 비슷한 모습의 “세이렌”은 매혹적인 노래 소리로 선원(船員)을 유혹하여 물에 빠져 죽게 한다는 전설이 있다. 어느 커피 마니아는 스타벅스의 로고 “세이렌”도 달콤한 커피 향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서울에는 스타벅스 뿐만이 아니라 각종 유사한 브랜드의 커피 하우스가 우후죽순(雨後竹筍)으로 난립하여 커피 향이 거리에 넘쳐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는 연간 12만 톤의 커피를 수입하는 커피소비 대국이 되었다. 커피를 자주 마시면 개인건강과 나라경제에 대해 “앵~ 앵~” 하는 사이렌(siren)소리가 울릴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