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병 자살 유족-군 진실게임

중앙일보

입력

지난 19일 휴가 도중 광주시 자택에서 자살한 강모(22) 상병이 부대 안에서 7차례나 자살시도를 했는데도 군 당국이 이를 감춰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대 측은 경미한 자해를 제외하곤 모두 가족들에게 알려줬다며 맞서고 있다.

강 상병은 지난 19일 오후 10시쯤 광주시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강원도 강릉 지역에서 근무해온 강 상병은 휴가 마지막날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강 상병이 쓴 일기장에는 "선임병이 너무 괴롭혀 죽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유족들은 부대 측이 의도적으로 자살 시도 사실을 감춰왔다며 진실을 밝혀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유족 권모(50)씨는 "지난해 2차례에 걸쳐 자해를 한 것은 알았지만 5차례나 더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부대 측이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만 연락을 해줬을 뿐 나머지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권씨는 또 "지난해 10월 면회를 갔을 때도 군 생활 때문에 힘들다는 얘길 듣고 부대 간부에게 상담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선임병의 언어폭력과 부대 측의 소홀한 병사 관리 탓에 강 상병이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후 강 상병 측은 우울증에 따른 정신과 치료를 이유로 전역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경미한 자해를 제외하곤 강 상병이 자살을 시도할 때마다 매번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다는 입장이다. 강 상병은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자살이나 자해 시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1군수지원사령부 관계자는 "손등을 물어뜯는 등 1~2차례의 단순한 자해를 제외하고는 가족들에게 모두 알렸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관심사병 프로그램인 그린캠프에 참가한 뒤 부대 생활에 의욕을 보였으며, 올해 5월에는 모범병사에 선정돼 휴가를 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관심사병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멘토 병사를 선정해 상시적으로 특별관리를 해왔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군 당국은 해당 부대에서 구타나 가혹 행위 등이 있었는지, 병사 관리에 소홀한 점은 없었는지 등을 추가 조사하기로 했다. 유족들도 강 상병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혐의로 선임병 A(23)씨를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A씨는 강 상병과 함께 군 생활을 해오다 지난 9일 전역했다.

광주=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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