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생선을…특허 보세구역 탈세행위 절반에 내부자 연루

중앙일보

입력

올해 초 한 특허 보세구역에 보관중이던 중국산 냉동고추 3064t(시가 34억원 상당)이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거 시중에 풀린 사건이 발생했다. 추적 결과 이 보세구역을 관리하던 보세사가 수입업자와 공모해 저지른 일이었다. 지난 5년간 특허 보세구역에서 일어난 밀수입과 무단반출 사건 중 절반 가량이 이처럼 보세구역 관리자와 수입업자의 공모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청이 25일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7월까지 특허 보세구역에서 발생한 밀수입·무단반출 사건 108건(금액 기준 2671억여원) 중 44%인 47건에 보세사·보세구역 관리자가 연루돼 있었다. 올해만 놓고 봐도 1~7월까지 적발된 10건 중 보세구역 관리자가 연루된 사건이 6건에 달했다.

보세구역은 통관절차 및 관세 부과 이전에 수입물품을 보관하는 곳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지정 보세구역과 보세사 등 개인이 세관장의 특허를 받아 운영하는 특허 보세구역으로 나뉜다. 문제가 발생한 곳은 전부 특허 보세구역이었다. 지정 보세구역에서는 내부자와의 공모 밀수입 사례가 한 것도 없었다.

보세구역 종사자와 보세사는 수입업자들과 공모해 주로 보세창고에 보관중인 중국산·러시아산 수산물이나 농산물, 치즈 등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행위 중 밀수입은 수입물품에 대한 반입신고만 한 후 물품을 빼돌린 것을 말하고, 무단반출은 반입신고와 수입신고 후 부과된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물품을 반출한 것을 말한다. 박 의원은 “특허 보세구역 관리자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