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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6개 중 12개 … 펄펄 나는 '팀 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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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에는 다른 나라엔 없는 효자 종목이 있다. 양궁보다 더 많은 메달을 안겨주는 종목의 이름은 ‘단체전’이다. 24일 옥련 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과 여자 50m 공기소총 단체전에서 한국은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 펜싱 플뢰레와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도 금을 보탰다. 한국은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 12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전체 금메달(26개)의 46%에 이른다. 23일 배드민턴에서 남자 대표팀은 5시간 접전 끝에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땄다. 남자 유도는 개인전에서 금메달 1개로 부진했지만 단체전 금메달로 체면을 세웠다.

 중국·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의 단체전 강세가 두드러진다. 중국은 59개의 금메달 중 단체전에서 나온 게 14개밖에 안 된다. 일본은 20개 가운데 겨우 3개다.

 한국은 왜 이렇게 단체전에서 강할까. 사격·유도·펜싱·사이클·승마·육상·수영 등은 개인 종목이다. 그러나 한국은 나보다 팀이 먼저다.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황영식(24)은 대회 전 “그 무엇보다 따고 싶은 금은 단체전 금메달이다. 우리는 팀워크가 좋아서 단체전 금메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마장마술 단체전에 팀워크가 왜 필요하냐고 묻자 그는 “한 사람이 돋보이기 위해 튀는 행동을 하면 분위기가 흐려진다. 모두 나보다 팀을 생각하는 게 우리 선수들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모이면 더욱 강해지는 게 ‘팀 코리아(Team Korea)’의 파워라는 설명이다.

 한국 대표팀은 국제대회를 앞두고 선수촌에 모여 합숙 훈련을 한다. 개인 종목 선수라도 예외는 없다. 선수촌 합숙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한국의 독특한 훈련 방식이다. 류태호 고려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우리 속담을 보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등 유독 협동·팀워크를 강조하는 내용이 많다. 전체의 역할을 강조하는 연대 문화가 강하다”며 “어릴 적부터 합숙과 단체 훈련을 해온 운동 선수에겐 이런 경향이 더 크다”고 했다. 강대연(58) 볼링대표팀 총감독 역시 “훈련과 경기를 팀 단위로 함께하는 시스템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선수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합숙을 많이 한다. 선수들끼리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의지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류태호 교수는 또 “선수들이 고른 기량을 갖추고 있어 단체전에서 선전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유도 단체전은 5개 체급 선수가 차례로 대결해 승부를 가린다. 한국은 몽골·카자흐스탄 등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펜싱 역시 개인전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딴 데 이어 단체전에서도 첫날 2개의 금메달을 추가했다. 나 혼자 망할 수는 있지만 팀에 폐가 되지는 않겠다는 의식도 강하다.

 전략적으로 단체전을 집중 공략하는 경우도 많다. 강문수(62) 탁구 대표팀 총감독은 “단식에서 중국의 벽이 워낙 높기 때문에 복식·단체전에 집중해 메달을 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육상에서도 이번 대회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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