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도 요건 갖추면 가석방" 황교안 장관, 선처 가능성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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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황교안(사진) 법무부 장관이 24일 “기업인도 요건만 갖춘다면 가석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황 장관은 “기업인이라고 가석방 대상에서 배제하는 불이익을 줘선 안 되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현재 수감 중인 기업 총수들에 대한 선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황 장관은 이날 본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치인·기업인에 대한 특혜성 사면은 없다는 정부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제한 뒤 “지금도 정기적으로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열리는데 기업인도 누구나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 수익은 모두 환원하는 등 가석방 요건을 충족하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 살리기에 공헌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다면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사면 제한’ 기조는 유지하되 ‘기업인 가석방 불허’ 방침은 해제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황 장관은 지난해 7월 형기를 80% 마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가석방심사위원회를 통과했음에도 ‘불허’ 결정을 내렸다. 박 전 회장은 결국 올해 2월 형기 2년6월을 채우고 만기 출소했다.

당시 법무부는 불허 결정 이유에 대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회 지도층 인사나 고위 공직자에 대해선 가석방을 불허하기로 했다. 그동안 일정 집행률을 충족하면 당연히 석방되는 게 권리로 인식돼 왔지만 앞으론 새로운 가석방 정책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점에서 “가석방에 차별을 두지 않겠다”는 장관의 발언 자체가 변화인 셈이다.

 하지만 황 장관은 통화 과정에서 “(수감 또는 재판 중인) 특정 대기업 총수들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닌 원론적인 얘기” “너무 큰 기대를 갖다가 실망이 크면 경제 살리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일단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가석방 여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장관은 현행 ‘형집행 및 수용자처우법’에 따른 가석방의 최종 결정권자다.

 지난 23일로 징역 4년 중 600일을 채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생 최재원(징역 3년 6월) 부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등이 형기의 3분의 1을 넘긴 상태다. 형법 72조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뒤 가석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통상 3분의 2 이상을 채울 경우 가석방을 시행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상당수 대기업이 최고경영자의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경영이 정상화된다면 국가경제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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