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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워야 뜬다 … 바다 위 13세 '달걀 소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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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4일부터 10월 1일까지 인천 왕산요트장에서는 아시안게임 요트 경기가 열린다. 한국 선수단 중 최연소인 김다정(13·대천서중2·사진)은 옵티미스트급에 참가한다. 최고령인 전재식(47·승마)보다는 서른네살이나 어리다.

 기자는 배를 빌려 인천 앞바다에 나갔다. 키(1m58㎝) 만큼이나 작은 요트를 탄 김다정이 보였다. 옵티미스트는 15세 미만이 출전하는 1인승 딩기 종목이다. 딩기는 엔진과 선실이 없는 작은 요트다.

 김다정은 충남 보령 청파초 4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요트를 시작했다. 김다정은 “집 바로 앞에 항구가 있다. 바다가 좋아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산시장에서 경매를 하는 아버지는 흔쾌히 허락했다. 요트는 700만원이 넘지만 학교에서 지원을 해줬다. 김다정은 올해 전국소년체육대회 1위에 올랐다.

 옵티미스트는 선체 전장이 요트 종목 중 가장 짧은 2.3m다. 중량은 35㎏이다. 몸무게가 가벼울수록 유리해 몇달째 체중과 전쟁 중이다. 김다정은 “하루에 아침 한 끼만 먹는다. 점심에는 삶은 계란만 먹고, 저녁은 굶다시피 한다”고 말했다.

 옵티미스트는 바람만 이용해 약 4㎞를 빨리 돌아오는 레이스다. 여자부에는 8개국 8명이 출전했다. 하루에 2~4경기씩 총 12경기를 치른다. 1등이 1점, 8등이 8점이고, 합산 점수가 가장 낮은 사람이 우승하는 방식이다.

 김다정은 24일 열린 1~4차 레이스에서 합계 22점으로 전체 5위를 기록했다. 김우현 총감독은 “다정이는 상위권 선수들보다 몸무게가 5㎏ 정도 더 나간다. 체중이 더 나가면 중간풍에서 유리한데, 여긴 주로 미풍이 분다. 객관적으로 다정이는 3~5위권이지만 몇 달째 체중조절을 해 독이 올라 있다”고 말했다.

 김다정의 요트에는 하트 모양 흰색 스티커가 붙어있다. 안에는 ‘1~등’이라 쓰여 있다. 김다정은 “ 3위 안에 들어 한국 역대 최연소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된 뒤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를 배터지게 먹고 싶다”고 말했다.

 김다정과 같은 학교 박성빈(14)은 옵티미스트 남자부 1~4차 레이스에서 토탈포인트 6점으로 전체 1위에 올랐다. 박성빈과 김다정은 16년 만에 이 종목 메달에 도전한다.

 한국 요트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를 딴 뒤 2006년 도하와 2010년 광저우 대회 때는 금 1개씩에 그쳤다. 이번 대회 14개의 금메달 중 4~5개를 노린다.

인천=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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