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핸드볼 사우디 상대로 불안한 승리

중앙일보

입력

 
김태훈(51·충남체육회) 남자 핸드볼 대표팀 감독이 단단히 화가 났다. 김 감독은 "평소 기량의 반도 발휘하지 못했다"고 했다. 경기는 이겼지만, 전혀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24일 인천 선학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난적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본선 2그룹 1차전에서 22-18로 승리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선수들은 손쉬운 찬스를 여러 번 놓치는 등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경기 막판 상대에게 추격을 허용하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한국은 예선에서 일본(31-24)·인도(39-19)·대만(27-14)을 차례로 꺾고 3연승으로 본선에 올랐다. 하지만 본선에선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동안 빈공에 시달렸다. 전반에 12점 밖에 넣지 못했다. 후반에도 비슷했다. 후반 3분을 남기고 19-18이 됐지만, 한국은 침착하게 연속 3득점에 성공한 덕에 승리할 수 있었다.

경기 후 김태훈 감독은 "국내에서 대회가 열리다 보니 선수들의 의욕이 너무 앞섰다"며 "이 때문인지 정의경, 박중규 등 주축 선수들의 실수가 많았다. 연습했던 패턴 플레이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격에선 이은호(6득점·충남체육회)가 그나마 제몫을 해줬다. 이은호는 "쉽게 넣을 수 있는 골을 여러 번 놓쳤다. 60%정도 밖에 못 보여 드린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수비에선 좋은 모습을 보였다. 상대 득점을 10점대로 묶었다. 한국의 조직적인 밀집수비에 상대 공격진이 쉽게 공격 루트를 찾지 못했다. 고란 조키치 사우디아라비아 감독 역시 "한국이 다른 중동팀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오늘과 같은 수비력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승리로 한국의 4강 진출 전망이 밝아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오만과 본선을 치르는 한국은 4강 진출을 위해서 최소 조 2위에 올라야 한다. 높이와 파워를 겸비한 이란이 가장 큰 경쟁자로 꼽히고 있다. 예선에서 이란은 2승, 사우디와 오만은 각각 1승1패, 2승1패의 전적으로 본선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선 예선 전적과 본선 3경기 전적을 더해 상위 2팀이 4강에 오른다. 예선서 3승을 거둔 한국이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 3연전에서 2승만 거두면 한국은 4강에 오른다. 25일 열릴 이란전에서 승리하면 2그룹 1위가 확정되면서 1그룹 1위가 유력한 카타르를 4강에서 피할 수 있다.

김태훈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이겨) 4강에서 바레인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아시아선수권에서 만난 멤버가 거의 다 나온다고 들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지난 1월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은 예선에서 바레인을 만나 25-26으로 졌다. 김 감독은 "오늘과 같은 경기력이라면 어느 팀을 만나도 어려울 것"이라며 "정신무장을 새롭게 해 우선 내일 이란전에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인천=김원배 기자 rasp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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