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용, 청와대 수석 내정 사흘 전 경찰 조사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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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지난 6월 피내사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나서 사흘 뒤에 수석에 내정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송 전 수석 사퇴 이유를 둘러싼 논란이 청와대의 검증 부실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2일 송 전 수석이 서울교육대학 총장 시절 고등교육법 등을 위반한 혐의가 확인돼 해당 사건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넘겼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교대는 2010년 3월~2011년 12월 4학기 동안 ‘1+3 유학제도’를 운영했다. 그런데 송 전 수석은 2011년 8월 총장에서 물러났다. 그 이전 1년5개월간 운영 책임자였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1+3 유학제도는 대학 4년 중 1년을 국내에서, 3년을 외국 대학에서 수업을 받는 것”이라며 “외국 대학과 연계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교육부 장관의 인가가 필요한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해 2월 대학들의 비위 첩보를 입수한 뒤 교육부로부터 이 제도를 운영 중인 서울교대 등 17개 대학과 11개 유학원 명단을 제출받아 수사해 왔다. 이후 1년4개월 만인 지난 6월 9일 경찰은 송 전 수석을 소환 조사했다. 3일 뒤 그는 청와대로부터 교육문화 수석으로 내정됐다. 서초서 관계자는 “소환 당시엔 내사단계라 상부에 따로 보고를 하지 않았고, 7월 22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처음 보고한 뒤 7월 31일 정식 입건했다”며 “이때도 서울교대 총장 경력과 이름만 적고 청와대 수석이라는 표시는 따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수사 대상 17개 대학 중 6개 대학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 11개 대학은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또 17개 대학이 받은 수업료는 총 732억여원이고 이 중 대학이 376억여원, 유학원이 356억여원을 가져갔다고 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대학 총장으로서의 행정적 책임만을 사퇴 사유로 보기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경찰은 개인 비리 혐의는 없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학원과의 유착관계 등은 수사 대상이 아니고 관련자들의 통장 계좌를 추적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 사건에 연루된 유학원들의 경우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해외 대학의 학위를 당연히 취득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한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형사7부(부장 송규종)에 배당했다.

 ◆‘1+3’ 유학 프로그램은=1990년대 중반 제도가 도입된 이후 학교 운영 재원 마련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10여 개 대학들이 운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고등교육법상 공식 학위 과정으로 인정되지 않는 데다 운영 주체가 대학본부가 아닌 평생교육원인 점 등 부실 요소가 많았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제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2012년 11월 강제로 폐지했다. 당시 교육부는 “법적 근거도 없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2000만~2600만원의 고액 등록금을 요구해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일부 대학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정원에 포함되지 않는 평생 교육프로그램을 정식 학사과정인 것처럼 위장했다”며 “외국 대학과 연계해 공동 학위과정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이 또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석만·윤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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