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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자사고 일반고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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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4년 9월 4일자 30면>
자사고·일반고 상생 방안 찾아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해 일반고로 전환할 학교를 오늘 발표한다. 자사고 학부모 3000여 명이 이에 반발해 연일 집회를 열고, 자사고 교장들은 지정 취소 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도 조 교육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그에게 있어 자사고는 고교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 희생돼야 할 존재로 인식돼 있다.

특목고·자사고·일반고라는 고교 체제가 틀을 갖춘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이러한 고교 체제는 과반수 국민의 지지로 탄생한 정권이 결정한 것이다. 서울 등 일부 지역 교육감이 그 틀을 깨겠다고 해서 그의 뜻대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자사고를 다니는 학생은 자신이 선택한 학교에서 배울 권리가 있다. 조 교육감도 소수자인 자사고 학생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그의 생각대로 자사고를 없앤다고 일반고가 저절로 살아날까. 오히려 자사고와 일반고가 편을 나눠 갈등하면서 문제의 원인을 서로에게 돌리며, 스스로 달라져야 한다는 변화의 노력을 거둬들일 가능성이 더 크다. 일반고 문제의 원인은 오히려 일반고 내부에 있다. 학생들의 수준은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천편일률적으로 가르치니 어느 학생이 흥미를 갖고 수업에 임하겠는가.

모든 일반고가 위기라면 그 원인이 자사고에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일반고는 공부에 대한 흥미와 의욕을 잃은 학생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듣고, 이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애정을 갖고 교육을 했다. 그 결과 자사고 못지않은 진학 실적을 내기도 했다. 교육감이 할 일은 위기에 빠진 일반고가 학생 만족도가 높은 학교의 우수 사례를 따라 배우며 스스로 개혁하도록 돕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일선 학교를 갈등과 반목의 장으로 몰고 가지 말아야 한다. 그가 지정 취소를 결정하더라도 교육부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차라리 교육부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산 동산고를 일반고로 전환하지 않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을 따라 배우기 바란다.

한겨레< 2014년 9월 2일자 31면 >
교육부, ‘불량 자사고’까지 감싸겠다는 말인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서울시교육청은 1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4곳을 평가한 결과 8곳이 기준점수를 넘지 못해, 이들 학교를 2016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런 수치는 6·4 지방선거 때 자사고 폐지가 새 교육감들의 대표적 공약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온건한’ 내용이다. 특히 자사고가 몰려 있는 서울의 조희연 교육감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할 일로 자사고 폐지를 꼽은 바 있다. 14개교 모두를 폐지하라는 게 진보 쪽의 주장이었고, 적어도 3분의 2 수준인 10개교는 지정 취소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런 타협책을 내놓은 것은 시간 제약과 법적 다툼으로 쫓기는 상황에서 충돌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미 자사고 쪽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행정소송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고, 교육부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이날 서울시교육청의 발표가 나자마자 또다시 ‘맞불’을 놓았다. 자사고를 비롯해 특성화중, 특목고를 지정하거나 지정 취소할 경우 교육부 장관의 ‘사전협의’가 아닌 ‘사전동의’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3의 4항은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할 경우 지정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 법 91조3의 5항에 “지정 취소할 경우 미리 교육부 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한 규정을 확대 해석해 자신들이 거부권을 갖고 있는 것처럼 억지를 펴왔다. 사전 협의의 의미를 무리하게 확장 해석한 것이다.

 교육부가 이번에 사전 협의를 사전 동의로 바꾸겠다는 건 결과적으로 그동안 자신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인정한 셈이다. 사전 협의가 사전 동의의 뜻이라면 번거롭게 시행령을 개정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교육부의 이런 방침은 어떻게 해서든 진보교육감의 자사고 폐지를 무력화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이미 교육감에게 있는 권한을 빼앗는 것인 만큼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에 해당하지 않는지 따져볼 만한 사안이다.

 우리 국민은 이미 선거를 통해 자사고에 대한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최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찬성하는 쪽은 60.7%였고 반대는 22.9%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더이상 민심에 역행하지 말기 바란다.

[논리 vs 논리] 중앙 "일반고 개혁 도와야” vs 한겨레 "자사고 폐지는 시민 뜻”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오른쪽)이 지난달 30일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학부모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외고·과학고도 문제가 발견되면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1]

서울 지역 25개 자사고 가운데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은 모두 14곳이다. 서울교육청은 교육과정 운영과 교육비 부담 등 30개 지표로 종합 평가한 결과, 자사고 8곳이 기준 점수에 미달했다고 발표했다. 서울교육청은 자사고 재지정에서의 탈락의 이유를 일부 자사고에서 허용된 자율성을 넘어서서 과도한 입시 중심의 교육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지정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결정적인 지표가 입시 교육에만 몰두했는지 여부였음을 밝힌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재지정 취소 대상 학교 외의 자사고는 내후년부터 성적에 관계없이 신입생 전원을 추첨제로 선발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서울교육청은 8개 학교의 자사고 지정 취소를 위한 협의를 교육부에 요청했다.

 서울교육청은 교육부와 협의가 안 되더라도 지정 취소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검토 없이 바로 반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자사고 지정 취소는 교육감의 권한을 남용한 것인 만큼 반드시 장관의 동의가 있어야 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의 결정에 자사고측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자사고교장단 협의회는 즉각 서울교육청의 평가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도 9월 5일 감사원에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및 절차에 관한 모든 사항과 재평가 및 지정 취소가 교육감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아닌지 감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는 형국이다.

 중앙과 한겨레 사설의 첫 문장을 보자. 중앙의 사설, 첫 문장의 주어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다. 이에 비해 한겨레 사설, 첫 문장의 주어는 ‘서울시교육청’이다. 중앙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와 취소의 주체를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겨레 사설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대신 자사고 재지정 평가와 취소를 둘러싼 문제의 주체를 ‘서울교육청’으로 보고 있다. 한겨레는 문제의 주어를 지방정부기관인 서울교육청으로 보고 있는 만큼 중앙정부기관인 교육부가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폐지와 관련하여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은 자사고 폐지 결정과 관련하여 조희연이라는 인물로 대표되는 진보진영의 견해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겨레의 지적대로 자사고 14개교 모두를 폐지하라는 게 진보 쪽의 주장이었다. 지난 6월 4일 교육감 선거에서 조희연 후보는 진보진영의 후보로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들고나와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되었다. 자사고 폐지는 진보진영의 꾸준한 주장이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교육혁명공동행동은 8월 21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연 교육감에게 자사고를 전면 취소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한겨레 사설은 진보 쪽의 주장을 수용해 6·4 지방선거 때 자사고 폐지가 새 교육감들의 대표적 공약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서울교육청의 결정이 대단히 ‘온건한’ 내용이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중앙은 특목고·자사고·일반고라는 고교 체제의 틀은 ‘과반수 국민의 지지로 탄생한 정권이 결정한 것’임을 강조한다. 한겨레는 자사고 폐지를 찬성하고 있고, 중앙은 반대하고 있지만 양 신문사의 사설 모두 그 찬반의 논리가 교육의 논리에 입각해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선거결과 즉 정치의 논리, 수(數)의 논리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중앙은 ‘자사고가 고교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 희생돼야 할 존재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것이 그릇된 통념임을 지적한다. 그 일례로 중앙은 ‘자사고 못지않은 진학 실적’을 내기도 한 일반고가 있음을 제시한다. 교육감이 할 일은 자사고의 폐지가 아니라 ‘위기에 빠진 일반고가 학생 만족도가 높은 학교의 우수 사례를 따라 배우며 스스로 개혁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한겨레는 지난 6월의 교육감 선거를 통해 자사고 폐지가 이미 서울시민의 지배적인 뜻이 됐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여론조사의 결과도 제시한다. ‘최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찬성하는 쪽은 60.7%였고 반대는 22.9%로 나타났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은 ‘조 교육감도 소수자인 자사고 학생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응수하고 있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 교사

 여론에 귀를 닫거나 등을 돌리고서야 올바른 정책이 세워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교육정책이 여론의 동향이나 선거결과에 좌우된다면 교육정책은 진영의 논리에 따라 표류할 수밖에 없다. 자사고의 재지정 혹은 폐지의 문제는 원론적으로 교육철학적 논리에서 봐야지 숫자의 논리, 정치적 논리로 해법을 구할 수 없을 것이다. 자사고 폐지는 수월성 교육을 중시하는 보수의 입장과 평준화 교육을 중시하는 진보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사안이다. 그런 만큼 두 신 문사의 사설이 수월성 교육과 평준화 교육의 가치를 독자들에게 보다 심도 있게 설득하는 데 지면을 할애했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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