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보지 전·월세 광고 보고 빈집털이

중앙일보

입력

지난 11일 오전 11시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단독주택. 2층에 세들어 살던 윤모(66·여)씨가 전셋집을 보러왔다는 이모(37)씨에게 방 이곳저곳을 보여줬다. 한참 뒤 이씨는 "집이 마음에 든다. 가족과 함께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윤씨는 아무 의심 없이 "오후 7시 쯤 아들 내외가 돌아온다. 그 전에는 집에 사람이 없으니 그때 다시 오라"고 했다. 이후 이씨는 오후 3시쯤 다시 전화를 걸어 윤씨가 집에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드라이버로 작은 방 창문을 부순 뒤 들어가 금목걸이 등 600만원 어치의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경남 거제경찰서는 이같은 수법으로 빈집털이를 해온 혐의(절도 등)로 이씨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3월 31일부터 생활정보지의 전·월세 광고를 보고 빈집을 골라 11차례에 걸쳐 현금 등 4000만원 어치를 훔쳐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절도 전과 10범인 이씨는 집을 보러온 것처럼 찾아가 집안 살림살이 등을 살핀 후 범행대상을 정했다. 이어 다시 전화를 걸어 주인이 집에 있는 지 물어보고 빈집만을 골라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거제의 한 조선소 협력업체에 다니면서 주로 낮에 회사에 조퇴를 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전화는 휴대전화가 아닌 공중전화를 사용했고,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며 경찰의 추적을 피해왔다. 경찰은 추가 피해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이씨를 상대로 여죄를 캐고 있다.

거제=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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