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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한전 부지 인수, 꼭 필요한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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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투자다.”

 정몽구(76·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19일 평소처럼 서울 양재동 본사로 새벽 출근을 했다. 오전 6시엔 밝은 표정으로 임원회의도 했다. 그는 회의에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인수의 의미를 다시 강조했다. 정 회장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은 100년을 내다보고 하는 일”이라며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파격 입찰가를 정한 배경에 대해선 민간 기업이나 외국인에게 돌아갈 돈이 아니라 나랏돈으로 쓰일 것이어서 결정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한 것으로 참석자들은 전했다.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10조5500억원의 땅값을 마련하는 데 별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S&P는 “3개사는 부지 매입 이후에도 무차입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추가 투자가 있다 해도 개발기간(8년)이 긴 점을 고려하면 재무 위험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S&P는 낙찰가에 대해 “그룹 본사 통합을 위한 일반적인 경영상의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도 신용등급에 영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3사가 보유한 현금이 24조원에 이르고 2조5000억원으로 예상되는 개발비는 30여 개 계열사가 8년에 걸쳐 분담하게 된 점을 근거로 한 평가다. 계열사들은 연간 2400억원의 임차료를 절감하는 이점도 누릴 수 있다. 시공을 맡을 가능성이 큰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자재를 공급할 현대제철에는 새 사업 기회가 생긴다.

 그러나 시장의 불안감이 완전히 걷힌 건 아니다. 현대차 주가는 19일 19만5000원으로 전날보다 1.5% 하락했다. 기아차는 0.9% 반등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부에서 투자액이 지나치다고 하지만 삼성동 부지를 놓쳤을 경우 생길 수 있는 손해보다는 훨씬 적다”며 “장기적 성장과 질적 도약을 통해 주주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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