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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장 인사 국회의견 존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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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원 수뇌부 인사구상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국회정보위원회는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에서 高씨를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취임 후 가장 큰 인사문제의 시련에 봉착한 盧대통령이 국회의 의견을 존중하느냐, 아니면 무시할 것이냐라는 결단의 갈림길에 섰다. 우리는 盧대통령이 인사청문회 제도의 도입 취지에 따라 국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믿는다.

정보위는 高씨가 정보비전문가이며, 국가보안법의 완전폐지 활동을 했고 간첩 김낙중의 석방운동 등 사상적.이념적으로 편향됐다고 그 이유를 적시했다.

특히 高후보자가 친북편향성이 강하고 정보경험이 전무한 서동만 상지대 교수에게 국정원 조직개선 특별팀을 주도하도록 하는 한편 그를 국정원 정무직에 제청하려는 점도 정보위가 부정적인 판단을 하게 한 원인이 됐다.

우리 군과 함께 북한의 대남책략에 맞서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인 국정원의 수장과 핵심 보직에 두 사람의 철학과 경력, 자질이 합당하지 않다는 정보위의 이 판단은 적절하다고 우리는 본다.

국정원이 북핵 사태를 비롯한 대북문제에 대한 기민하고 정확한 대처는 물론 한.미 간 정보교환과 협력을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해야 할 중대한 시점에 국정원 수뇌부에 사상적으로 의심받는 비전문가를 앉혀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국정원의 기능 정상화와 국익을 위해서도 그 수뇌부는 적어도 대북문제에서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인물을 등용하는 것이 합당하다.

만일 高후보자나 徐교수를 국정원이라는 특수기관 말고 다른 정부 직책에 등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런 우려가 나온 것 자체가 적재적소 인사가 아니었음을 방증한다.

청문회의 의견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정치적 구속력은 있다. 따라서 盧대통령은 국회 건의를 인사권의 도전이나 위신 손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국가 안보라는 큰 틀에서 국회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국정원도 살리고, 대국회 관계도 원만하게 끌고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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