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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아파트 재건축, 정부서 왜 간섭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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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랬던 곳이
1976년 준공된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 2단지의 철거 전 모습. 13~19평형 4450가구(5층짜리 86개동)

3년 후에는
12~48평형 5563가구(16~33층 65개동)로 새로 짓는 아파트 단지. 2008년 7월 입주 예정

요즘 아파트 재건축 규제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등장합니다. 이에 대한 어른들의 반응은 다릅니다. "재건축하지 말고 곧 쓰러질 것 같은 집에 그냥 살란 말이냐"고 하는가 하면, "재건축하지 못하게 해야 집값이 안정된다"고 하는 쪽도 있지요.

낡은 집을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관련해 정부가 내놓는 정책은 대부분 이 사업을 점점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약 2년 전에 본격적으로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법률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재건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과거 '주택건설촉진법'을 2003년 7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로 바꿨습니다.

재건축 여부를 결정하는 안전진단기준부터 까다롭게 했습니다. 전에는 건물은 튼튼해도 일부 금이 가고 녹물이 나오는 정도면 대부분 안전진단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제는 무엇보다 건물구조가 안전하지 못해야 이 진단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하더라도 남는 수익을 줄이려는 대책도 잇따랐습니다. 아파트는 대개 먼저 분양한 뒤 분양받은 사람으로부터 돈(분양대금)을 받아 짓는데(이를 선분양이라 합니다), 재건축의 경우 건물을 짓고 나서(공사진행 정도 80% 이상) 분양하게 했습니다. 이에 따라 아파트를 분양하는 시기가 2년 이상 늦어지게 되고, 그만큼 이자 등이 더 들어갑니다.

19일부터 시행된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이 가장 싫어하는 족쇄입니다. 재건축단지에 임대아파트를 함께 짓도록 한 것인데 서민들이 주로 사는 임대아파트에 대한 거부감으로 아무래도 집값이 많이 오르기 어렵다는 것이죠. 이처럼 굵직굵직한 재건축규제 대책이 줄지어 나오는 바람에 오죽하면 '재건축과 전쟁'이란 말까지 생겼겠습니까.

정부가 마음대로 재건축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는 뭘까요. 재건축이 집값이 오르도록 부추긴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2002년 이후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뛴 데는 재건축이 한몫한 게 사실입니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가격이 오르면서 주변 일반 아파트도 덩달아 뛰었습니다. 낡은 재건축단지가, 그것도 주로 10평형대여서 한 가족이 살기에도 비좁은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은 그 집이 30~40평형대의 새 집이 되기 때문입니다. 낡은 10평형대의 가격에서 시작해 미래에 들어설 새 집의 예상 가격을 좇아 오르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는 집을 늘려 가려는 수요자뿐 아니라 투기꾼들이 많이 몰려듭니다. 짧은 기간에 집을 다시 팔아 오른 만큼의 시세차익을 챙기려는 거죠.

이런 이유에서 정부는 마음대로 사고 팔지 못하게 하고, 새로 짓는 집의 크기 등을 제한해 재건축으로 돈벌이를 쉽게 하지 못하게 한 겁니다. 그런데 재건축은 집주인들이 자기 돈으로 자기 집을 허물고 새로 짓는 민간사업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할 권한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아파트를 더 높이, 더 많이 지을 수 있게 된 것은 국가가 관련 건축 제한을 풀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어서 간섭할 권한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한도인 용적률(땅 면적 대비 건축물 전체 면적) 등이 처음 지었을 때보다 좋아져 재건축할 수 있는데 이는 국가 정책이 달라져서라는 거죠.

재건축 규제에 대한 반대는 재건축 당사자들뿐 아니라 이와 무관하게 집값을 염려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나옵니다. 재건축이 어려워지면 공급이 부족하게 되는데 특히 강남권에선 수요가 꾸준해 집값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죠. 서울의 경우 집을 지을 수 있는 빈 땅이 부족해 재건축이 아니면 주택공급량을 늘리기가 어렵습니다.

정부는 대신 도심 인근에 신도시를 만들어 주택공급량을 늘리면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잘하는 것인지는 결국 앞으로의 집값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이야 규제 영향으로 집값이 들썩이지 않는 것 같지만 몇 년 뒤에도 그럴지는 지금으로선 단정짓기 힘드네요.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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