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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농촌풍경은 그대로 예술작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나에겐, 프랑스의 젊은 학도들에게 지구 저편에 얼마나 중요하고도 연구할 만한 문명이 있는지를 알리는 일이 남아있다.』
7박8일간 한국전통사회에 대한 인류학적 현지조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레비-스트로스」교수는 28일(하오3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난 11일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초청으로 내한한 「레비-스트로스」교수(73)는 4일간 계속된 세미나를 마친뒤 현지조사에 나섰다. 이광기(서울대·인류학), 강신규(정문연·인류학), 주남철(고대·건축학) 교수와 「데이비드·아이드」 (미국텍사스대) 교수등 7명의 국내외학자들이 함께 참가한 이번 인류학적조사는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경주에서 통도사·양동·해인사를 거쳐 하회까지 계속 됐다. 「레비-스트로스」 교수는 이 지방들을 돌면서 소(우)시장과 시골장, 전통적인 자연부락과 유교식 양반마을 등을 돌아보았으며 통도사에서는 새벽 3시의 예불과 절의 식사법인 바루공양에도 참가하였다.
「레비-스트로스」 교수는 경주의 찬란한 문화에 새삼 감탄했다고 말하고 흩어져 있는 고적들에서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유물들이 많을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그곳은 흡사 멕시코의 유적지를 연상케 했다고 말했다. 그는 『15∼16대의 족보를 간직하며 자기 조상과 다른 가문과의 관계까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모습은 역사가 죽지 않고 그대로 살아있는 현장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국방문에서 느낀 한국문화에 대한 인상과 지난번 2차에 걸쳐 방문한 바 있는 일본의 문화를 비교해서 얘기해 달라고 하자, 사업화가 이루어진 일본은 도시와 농촌이 균형을 이루었음에 비해 한국은 급진적 변화속에서 도시와 농촌,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면서 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레비-스트로스」 교수는 30일 이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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